▲삼성바이오 감리위 개최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지난 5월 17일 열렸다.
연합뉴스
삼성을 옹호하는 여러 언론에서는 제네릭(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는 수준이 다른데, 그걸 구분하지 못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판매승인은 차원이 다른 사건이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옹호하는 논리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인도 증선위원들 앞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감사 일련의 과정에서 보면 9월초에 브렌시스(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의 국내판매승인이 일어나게 됨. 이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어서 기업가치의 본질적인 상승이 있게 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회사에게 콜옵션에 대한 부분을 이슈(issue)로 제기하게 됨."
한 마디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승인이 엄청난 사건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얼마나 타당할까?
투입되는 연구개발비 수준이나, 제조 난이도 등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제네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성과가 기업이익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시장경쟁까지 뚫어낼 수 있어야 기업가치가 상승한다. 치열한 시장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대체재가 없고 특허권에 의해 독점이 보장되는 신약이 아니다. 오리지널약이라는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고, 많은 기업이 특허 만료에 맞추어 바이오시밀러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적인 난이도는 높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이미 바이오 신약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10~20개의 바이오제약기업이 존재한다. 글로벌 Top 수준의 바이오제약기업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시장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다.
이러한 경쟁을 감안하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 "판매승인=대박"이라는 것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더구나 삼정회계법인이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국내시장의 판매승인이다.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바이오의약품에서 국내시장 크기는 너무 작다.
물론 삼정회계법인은 이어진 주장에서 유럽 판매승인의 가시화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주력시장인 유럽에서 판매승인이 가시화되었다고 해도, 아니 판매승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그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투자하고 머크가 개발했던 란투스(오리지널)의 시밀러인 루수두나라는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머크는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득했고, 미국에서도 승인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머크가 출시를 포기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릴리가 공동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가격경쟁이 심하게 이루어져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매승인을 얻었지만 시판도 못해보고 접었다.
이것이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2016년에 승인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는 아직도 유럽시장에서 고전중이다. 2018년에 공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셀트리온도 맞불을 놓았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2분기 적자였음에도 내부거래를 통해 영업흑자로 바꾸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여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가격경쟁이 깔려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도 실적이 미끄러지고 있다. 오리지널약을 개발한 암젠이 엔브렐의 가격을 낮추면서 견제를 하는데다, 바이오산업의 강자 산도스가 바이오시밀러 경쟁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크게 기대하고 있는 휴미라(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는 경쟁이 더 심각하다. 유럽시장에서 이미 5개 회사가 판매승인을 받았다. 휴미라의 제조사인 애브비와 특허협상을 끝낸 곳은 현재 2곳(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뿐이지만, 베링거인겔하임과 산도스 등 나머지 3곳도 어떤 방식이든지 애브비와 협상할 것이다. 그리고 판매승인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6개 회사가 추가로 존재한다. 휴미라의 유럽시장의 크기가 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다섯 번째 시밀러 온투르잔트도 공격적인 저가 입찰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거의 동시에 판매승인을 득하면서, 원래 받아야 하는 가격의 30~50% 수준에 입찰하고 있다.
이건 어려운 예측이 아니다. 바이오 산업을 잘 몰랐다면,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만 훝어봤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바이오젠은 사업보고서 곳곳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치열한 경쟁을 이 산업의 위험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 판매승인은 그저 한 걸음을 더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오리지널약과 승부에서 경쟁력을 가질지, 다른 경쟁자가 언제 들어올지,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의 관문을 한 단계 한 단계 성공적으로 뛰어넘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어려운 과정을 뚫고 차근차근 전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업계의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바이오젠과의 불리한 계약을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사실 후발주자로서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아직 질적인 도약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2015년에는 기업가치가 크게 변동할만한 요인이 없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서 확인되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렇게 강조했던 회계법인의 철저한 검증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바이오산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회계법인의 부실한 추정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 평가는 왜 불가능했을까?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보면 더 놀랄만한 내용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회계법인은 2014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얼마정도 되는지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 평가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지배력 상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고 그래서 종속회사였다는 주장이다.
평가를 담당한 업체와의 문답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진다. 삼성 측에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비상장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평가를 하려면 회사 측에서 자료를 주어야 한다. 향후 매출은 어떻게 늘어날 것이고, 이익은 어느 정도 되는지 자료를 주어야, 그걸 기초로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자료 자체가 없었다.
증선위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삼정회계법인에 이런 질문을 한다.
"기초자산 정보도 안 주고 평가의뢰를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삼정회계법인은 동문서답을 했다. 증선위원들이 추궁을 계속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가능한 답변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분식회계가 성공해서는 안된다
회계감사나 컨설팅 과정에서 여러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보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자기 회사의 재무제표에 만족하지 못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본인의 노력에 비하면 재무제표가 형편없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차이 때문에 재무제표를 마사지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경영자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영성과의 재무상태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한다.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런 기업 중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어 실제로 순자산의 수십배가 넘는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아직 매출이 발생하기도 전에, 바이오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회계법인이 부실한 자료에 근거하여 작성한 엉터리 평가보고서 한 장에 근거하여 순자산의 7배가 넘는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간다면, 성실하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노력을 모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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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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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의사록에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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