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필리버스터를 열고 최근 한 남성이 강의실 등에 무단 침입해 음란행위 영상을 찍어 올린 일을 두고 경찰 수사와 교내 안전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동덕여대 재학생 이아무개씨는 "학교 가는 게 무섭다"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사실상 1~4학년 모두 드나드는 건물에서 발생한 일이다"라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변태여서 다행이지 살인범이면 어떻게 할 뻔 했냐며 우려 섞인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씨는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일반 강의실로 추정되는 곳도 있다"라며 "수시철이라 강의실 책상들이 다 섞여 어떤 책상에 정액이 뿌려졌을지 모르는 것이다"라고 불안해했다. 동덕여대 무단침입 관련해서 보도가 나간 뒤 학교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고도 했다. 이씨는 "학교 중문과 후문 사이에서 자위하는 남자를 봤다는 게시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라며 "모방범죄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국사학과 16학번 이지호씨는 울먹이며 "당장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7천명이다"라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이 안전의 위협을 느끼지 않게끔 보안체계를 바꿔야 한다"라고 외쳤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동덕여대 인문대 학생회장 오하림씨는 "단지 여자가 공부하는 곳, 여성이 밀집된 곳이라는 이유로 여대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오씨는 "조롱과 혐오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라며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점점 학교 안으로 들어왔고 심지어 강의실 안까지 침범했다"라고 밝혔다.
오씨는 <오마이뉴스>에 "(사진 속 대형강의실은) 지난 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강의실이다"라며 "사진을 본 순간 피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오씨는 이어 "예전과는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라며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할까 고민이 들 정도로 학교로 오는 발걸음이 굉장히 무거웠다"라고 했다.
오씨는 "예전부터 건물 출입구마다 카드기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라며 "주민들도 많이 사용하는 운동장 바로 옆 건물인 학생관의 경우 샤워실, 동아리방, 수면실 등이 있지만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다"라고 했다. 이날도 학생관 건물 출입문은 개방돼 있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박종화씨는 "외부인의 출입을 아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건물마다 경비인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라며 "건물 당 최소 경비 담당자 1~2명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출입 목적, 시간 등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학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불법촬영 점검 및 카드키 도입, 외부인이 출입하는 교내 행사 사전 공지 등과 영상 속 강의실로 추정되는 공간의 폐쇄, 기자재 교환 등을 요구했다.
학생회는 오후 2시 30분쯤 이 같은 요구안을 담은 편지와 서명 등을 동덕여대 총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총장이 나오지 않아 추후 전달할 계획이다. 해당 사안을 수사하는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날 미국 트위터 본사에 나체사진이 올라온 계정에 대한 로그 정보 등을 요청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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