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함혜숙
그러던 차에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정지혜 대표가 쓴 책이 출간됐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이 바로 그 책이다. 서점 창업기는 물론, 책 처방 프로그램 탄생 과정과 서점 운영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인 서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나에게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알려 주는 지침서로 다가왔다. 단순한 서점 창업 이야기가 아니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반짝반짝 힌트가 보인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에 없던 방식의 서점을 운영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공이 보장된 완벽한 선택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거나 실패를 하지 않고 사는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미리 걱정하고 몸을 사리기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 (97쪽)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지혜 대표 말처럼 "성공이 보장된 완벽한 선택"은 없으니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 특히, 사회가 만들어 둔 일자리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라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
지속하기 위해 잠시 멈추다
하지만 여기서 피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무조건 행복할 거라는 기대는 금물. 정지혜 대표는 서점이 자리를 잡고 나서 높은 수익도 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순간 슬럼프에 빠진다.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여느 프리랜서나 자영업자가 그렇듯 내가 일하지 않으면 서점이 멈춘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127쪽)
'자기 착취'. 바로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오랫동안 번역가로 일했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나 역시 '자기 착취'라는 함정을 피해 가지 못했다.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쉼 없이 발길질을 하는 백조와 같다. 잠시라도 발길질을 멈추면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아 익사할 것 같은 두려움을 시시때때로 느낀다.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잖아. 얼마나 더 열심히 하라고? 그 뒤로는 길을 걷다가 서점에서 일을 하다가 눈물샘이 고장 난 듯 왈칵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132쪽)
당시의 정지혜 대표가 내 옆에 있었다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고 토닥토닥해 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보다는 덜 열심히 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하다.
정지혜 대표는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오랜 고민 끝에 타인의 위로보다 '스스로의 인정과 위로'가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위로를 건넸다.
"지혜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136쪽)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 있으면서 돈까지 잘 버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140쪽)'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즐겁게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189쪽)' 계속 노력한다.
당분간 정지혜 대표는 사적인 서점 시즌1을 종료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무조건 응원한다. 낙오되지 않으려고 전력 질주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 삶에 쉼표를 찍는 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사람 마음을 위로해 주는' 이 책은 당분간 내 책상 위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책이라는 씨앗이 누군가의 삶에 닿아 싹을 틔우길 바란다는 정지혜 대표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정지혜 지음,
유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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