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부설영재교육원 교육대상자 선발 안내 가정통신문작은 아이가 재학중인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보내온 2019학년도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부설영재교육원 교육대상자 선발 안내 가정통신문
김선희
며칠 전 아이의 학교를 통해 경기도 융합과학교육원부설영재교육원 교육대상자 선발 안내문을 받아 보았다. 아이가 관심을 보일만한 소프트웨어 부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사이 선발과정이 시험을 통한 결과평가가 아니라 학교내 수업 활동을 교사가 자연스럽게 관찰하여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영재 보다는 학습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동적, 역량적 특성을 관찰하여 잠재된 영재성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나: "어! 소프트웨어부문도 있네. 너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잖아?"
작은아이: "응, 맞아. 그렇지만 '영재교육'이라니! 내가 무슨 영재야.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데 '내가 잘 할지, 못할지' 어떻게 알아?"
나: "영재라는 단어에 너무 크게 의미 두진 마. 영재교육이라는 게 크게 보면 특기적성 교육 방법 중 하나야. 지금 현재 잘하는 아이를 뽑겠다면 시험을 보겠지……. 교사들이 직접 학교 생활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평가이니 이미 잘 하는 학생을 뽑겠다는 것은 아닌 듯 보여. 부담 없이 평소대로 수업에 참여하면 돼. 평가 방식을 보니 영재교육의 목표가 좀 더 바람직해진 것 같아.
영재가 되려고 공부한다기 보다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의 기회를 받아들여서 내가 알고 싶던 것들을 배워나간다고 생각하면 좋겠어. 영재는 따로 있는 게 아니야. 어떤 분야에 대해 호기심과 탐구욕이 높다면 같은 학습 조건일지라도 더 빠르게 성장하겠지? 그러니 영재라는 단어에 너무 매이지 말고 네가 지닌 특기나 적성에 대해 탄력을 받아 열정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해."
작은아이: "'짧은 시간 안에 수학문제 많이 풀기' 같은 식의 훈련은 안하겠지? 그런 거 하면 재미가 하나도 없어져. 수학 문제 풀이도 '한 두 가지 문제를 주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하면서 풀이과정을 차근차근 적어나갈 때'는 좋은데, '45분 안에 40문제 풀기' 같은 식의 시험을 볼 때는 수학 공부가 정말 싫어지거든."
나: "그래, 그럴 일 없을 거야. 선발 방법을 보면 수업의 내용과 방법이 보이는 법이야. 과정을 중요시하는 선발 방법인 것으로 보아 공부 과정도 분명 과거의 성과 위주와는 달라졌을 거야. 만일 또 훈련하듯, 경주하듯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면 언제든 그만 두어도 괜찮아. 네가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을 배울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많아. 지금 시점에서는 '얼마 만큼 잘 하느냐' 보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의 크기'가 더 중요한 거야. 그것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중단해야지."
작은아이: "그렇다면 신청 해보고 싶어."
나: "그래, 신청서 제출해봐."
나는 이렇게 또 다시 '남 다른 호기심'이라는 영재성의 일부 요소가 다시 공교육 체제에 닿아 볼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었다.
'영재교육'이라는 명칭, 과연 그 목적에 부합하는가?
몇 년 전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국악 영재 발굴을 위한 영재성 평가 방안'에 대해 연구한 일이 있었다. 그때 국내 대개의 음악영재교육기관에서 상당 수준의 명곡을 연주하여 경연하는 형태의 선발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조기교육을 통해 상당기간 전문 과정을 밟은 아이들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이미 만들어진 음악영재를 찾는 일이었다. 그에 대해 비판하며 학교현장에서의 일반적인 음악수업과 특기적성 활동을 통한 관찰 평가 방식을 제안한 바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영재를 발굴한다는 것은 결국 자본의 경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다양한 사교육시장이 발달 되어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속에서 부모의 정보력이나 경제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는 얼마든지 개별화된 특기 적성 교육이 가능하다. 오히려 너무 조기교육으로 흘러 흥미와 적성의 발달이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한될 우려조차 있다.
국가적으로 영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하게 각 분야에 대한 특기 적성을 한껏 드러내고 심화시킬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라고 본다. 만일 아이들이 처한 여건에 의해 잠재된 특기 적성이 그대로 묻히는 것을 방지 하고자 영재교육을 하는 것이라면 학교내 다양한 학습 활동의 관찰을 통해 영재를 선발하겠다는 새로운 방향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과연 취지가 그러하다면 이제는 '영재'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차례라고 생각한다.
'영재'라는 표현은 이미 우월성을 내포하고 있다. 보다 많이, 보다 높은 수준의 것을 해내는 능력을 우월함으로 해석하는 우리네의 관습상 영재교육의 벽은 불필요할 만큼 높기만 하다. 우월함은 결과를 통해 보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우월함을 목표치로 놓고 본다면 수많은 잠재력이 배제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지적 분야라면 '아이들의 능력이 언제 물 오를지'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느 한 순간에 획을 그어 우월성을 판단하려 한다면 수많은 잠재능력이 빛을 발하기 힘들 수 있다. 영재교육의 목표가 보다 더 많은 아이들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 역량을 꾸준히 키워내어 해당분야 혹은 또 다른 분야에 대해 탁월하게 역량 있는 인재로 기르는데 있다면 단기적인 평가와 성과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탄력교육으로 공교육에 폭넓은 탄력을!
그래서 며칠 간 '결과에 초점을 맞춘 영재교육이라는 명칭을 대신 할 좋은 명칭'이 없을까 고민해 보았다. '해당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욕을 지속시키며 열정을 더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호기심, 특기, 적성 탄력교육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과학 호기심 탄력교육, 음악, 미술, 체육 특기 탄력교육, 인문학 적성 탄력교육, 융합 적성 탄력교육 등으로 불리운다면 어떨까? 적어도 영재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쳐 놓은 높고 완고한 벽이 조금은 허물어져 보다 많은 가능성에 탄력을 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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