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방 내부에는 홍동 주민들이 집회와 1인시위에서 사용했던 피켓이 놓여있다. 주민들은 긴 법정 싸움이 빨리 끝나 꿈방이 정상화 되길 바라고 있다.
이재환
귀농·귀촌인이 많은 홍동은 충남 홍성군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지난해 초 소동이 벌어졌다.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마을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어 온 뜸방이 검찰에 약식기소 당해 벌금형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불복하고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법정 다툼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민들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지난 12일 홍동면에 있는 뜸방을 찾았다. 홍동은 귀농귀촌으로 유명한 곳이다. 농촌마을을 체험하기 위해 수시로 방문객들이 몰려오곤 한다. 뜸방 앞에는 홍동 마을을 견학 온 10여 명의 방문객들이 모여 있었다. 방문객 A씨는 "뜸은 전통적인 민간요법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가 민간요법까지 의료법의 테두리에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홍동 주민들은 평소처럼 다시 뜸방을 열고 서로에게 품앗이로 뜸을 떠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문을 여는 뜸방에는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20여 명의 주민이 방문 하고 있다.
뜸방 안에는 서너 명의 마을 주민이 뜸을 뜨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인지 뜸방에는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다. 따뜻한 뜸방 아랫목에서 노인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홍동 주민들에게 뜸방은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하다.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노인 한 분 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장 아무개 할머니(74· 여)는 "여기 있는 분들은 시골 노인들을 위해 자원 봉사하는 분들이다. 뜸을 떠줄 때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서 "이런 분들이 어째서 범죄자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이어 "뜸방은 여름이면 시원하게 에어콘을 틀고, 겨울이면 따뜻하게 보일러를 켜 놓는다"며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도 돈 한 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1년 홍동으로 귀농한 김 아무개(58·남)씨도 이날 뜸방을 찾았다. 1997년 IMF 직후 귀농 바람이 불 때 홍동으로 온 것이다. 그는 한 달에 한 차례에 이상은 뜸방에 다녀간다고 했다. 김 아무개씨는 "뜸은 치료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예방과 질환을 완화시키는 차원에서 뜨는 것"이라며 아픈 곳에 파스를 붙이는 것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내가 뜨면 무죄, 남이 떠주면 유죄... "이해 안돼"
김씨는 이어 "축구를 좋아해서 발목을 자주 삔다. 아픈 자리를 눌러보고 그곳에 혼자서 뜸을 뜨기도 한다"며 "스스로 뜨는 뜸은 무죄이고, 누군가 대신 떠주는 뜸은 유죄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뜸을 뜨는 장면을 지켜봤다. 홍동 뜸방에서 사용하는 뜸은 좁쌀 정도의 작은 크기이다. 뜸의 재료는 말린 쑥이다. 라이터와 유사한 도구로 불을 붙이면 2~3초 이내에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