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에서 마을 주민 이종학씨가 자신의 집 싱크대를 가리키며 물이 싱크대 높이까지 찼다고 말했다.
조정훈
강구시장과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오포2동에 살고 있는 이종학(59)씨 부부도 집에 물이 들어오면서 창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판이 모두 벗겨진 이씨의 방안에는 아직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이씨는 주방 싱크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마당보다 방과 주방이 한참 높이 있는데도 싱크대 높이까지 물이 찼다"며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방 창문을 통해 도망치듯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관에서 잠을 자며 정리를 하고 있지만 언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일러를 틀어 방안을 건조시켜야 하는데 전기를 꽂으면 바로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우리 지역 피해소식은 저유소 화재사고보다도 더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에만 관심이 있고 당장 살길이 막막한 우리들에게는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주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충북 음성에서 수해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왔다는 박홍순(60)씨는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너무 참혹하다"며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피해의 원인으로 "도로보다 시장과 인근 마을의 지대가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1월 개통된 동해중부선 철로가 오포리 뒤를 막아 물을 가두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준공된 배수펌프장 지하에 있는 전기실 펌프가 물에 잠기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바다가 인접한 도로에는 침수가 되지 않았지만 도로보다 낮은 저지대가 침수된 것은 배수펌프장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주홍 경북도의원(비례, 문화환경위원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예전에 저지대 습지에 있던 곳에 KTX 역사가 생기고 역사가 물길을 막은 것 같다"면서 "배수펌프장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지하에 있는 기계실이 침수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택 1113채 침수... 갈 곳 없는 이재민은 200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