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불이 나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시민은 달랐다. 경찰의 피의자 긴급체포 발표 이후, 시민들은 촛불혁명에서 던졌던 질문, '이것이 나라냐!'를 외치듯 수사기관의 대응과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기 시작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원인이긴 하지만, 시민들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뉴스로 책임을 전가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시민들은 화재 기관 책임자들과 경찰, 언론이 마땅히 던졌어야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주노동자를 피의자로 단정 지은 행태를 규탄했다. 화재 발생에 따른 탱크간 안전거리, 자체소방시설의 작동 여부 및 적정성, 저유소 관련 법령의 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철저한 원인조사와 안전관리를 주문했다.
경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주노동자들
경찰이 중실화 혐의로 이주노동자를 긴급체포한 이후, 이주노동자들은 숨을 죽이며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체로 풍등을 날린 행위 자체를 두둔하지는 않았지만,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3년째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L씨(캄보디아)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의 체포 소식을 듣고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공정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사장님이 우리에게 밤에 술 먹으면 안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술만 먹으면 밤에도 시끄럽게 해요. 무서워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D씨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진위는 모르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항상 조심해야 해요, 잡혀갈 일을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지만,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정말"이라고 강조했다.
고양 화재사고가 보여준 빛과 어둠
우리 사회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과 실업의 일상화에 놓여있다. 하지만 영세 제조업과 농어촌 지역은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이라는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내국인이 찾지 않는 일자리에서 묵묵히 내일을 꿈꾸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이다.
실화 피의자 불구속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11일 논평을 통해 "차별과 혐오, 편견이 없는 세상을 위해 이번 화재사고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양 화재사고가 낳은 빛과 어둠. 외국인 혐오와 난민 혐오 정서가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시민사회가 직접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빛이라면, 경찰과 언론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은 어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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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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