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의 시초로 보이는 ‘용화여고 미투’는 지난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결성하고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WITH YOU’ 등을 붙이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종교, 직장, 학교 등에서 사회 권력 구조의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이러한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춰 페이스북에도 '미투 대나무 숲'이라는 '미투 운동'을 위한 익명 제보 페이지가 개설되었다. 10월 13일을 기준으로 '미투 대나무 숲'에는 200개가 넘는 미투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중 상당 게시물은 학교에서 일어난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 중 '스쿨 미투', 학교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의 인권 침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은 9월에만 30곳이 넘는 학교에서 일어났고 파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녀의 미투, 우리의 현실
'수업시간 외에 선생님이 주로 여학생들에게 사적인 카톡이나 페메를 하실 때 굉장히 곤란했어요. 저에게도 카톡이 왔었고, 저는 선생님께 매번 정성스럽게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투 대나무 숲 129번째 외침 게시물 중 일부분
'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에서는 선생님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대해 용감한 고발을 해준 허씨(17)를 만나보았다. "제가 다니던 OO중은 자유로운 분위기이긴 했지만, 학생들이 선생을 무서워해서 함부로 선생님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학교였어요"라고 말을 꺼낸 허씨는 선생님께서 자주 '이의를 제기하면 수행 점수를 깎겠다' 등의 말씀을 하셨다며, 교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권력구조를 고발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큰 용기로 스쿨 미투에 참여한 허씨는 자기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니었으며, 피해자가 계속 추가로 발생하기 전에 먼저 이 고리를 끊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당시의 결심을 밝혔다.
많은 망설임과 고민 끝에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대처는 실망스러웠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본인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조치는 없었다. "가해자 선생님이 저희 학교를 떠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의 부모님께서 친구가 들은 직접적인 성적 발언에 대해 직접 교장실에 찾아가서 말씀을 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라며, 학생들의 말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아가 가해자 선생님의 사표를 받아준 학교에 대한 원망스러움과 아직까지 미투를 통해 가해자의 처벌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허씨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많이 받았던 사교적이고 활발하던 친구가 사건 이후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워하고,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을 보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피해자의 일상 복귀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것은 허씨의 친구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 2012년 한국 여성정책 연구원의 '성폭력 피해에 따른 정신적 건강상태의 변화'와 관련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성폭력 피해 여성은 스트레스 및 우울감이 상당히 심해지고 자살 생각이 많아지며 자살시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피해자를 위한 더욱더 적극적인 지원과 따뜻한 응원, 가해자를 향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현실이다.
고등학교의 불법 촬영 사건, 무엇이 바뀌었나
오랜 고민 끝에 미투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고발한 허씨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기숙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몇 년간 불법 성인 사이트에서 떠돌던 기숙사 불법촬영은 허씨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에게 상처로 남았다. 이후 학교의 대응 방식에 대해 허 씨는 아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건 발생 이후,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는 점은 중학교와 비교하면 발전된 대처였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는 것이다. 허씨는 그럼에도 깨어 있는 학생과 선생님이 많아 상대적으로 "학교 측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인식 수준이 높아,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 때 학교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 같다"며, 변화를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른 언론이나 매체보다 먼저 진행 상황에 대해 꾸준히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건 발생 이후, 학생들의 관심이 전보다 적어진다고 해도 범인 검거 등 수사에 많은 협조와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피해 학생 중에도 졸업생이 많은데 공식 사과문을 올리는 등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주었으면 합니다."라며, 사건에 대한 학교 측 대처의 방향성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