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씨는 강제폐점에 항의하여 현수막을 걸었다.
권성훈
간판의 작은 거미줄, 바람결에 가게로 들어온 낙엽 조각은 매장관리 불량으로 지적됐고, 물류비 입금이 하루만 늦거나 1인 자영업자로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가맹 해지를 경고하는 '내용증명'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강성원씨는 '가맹사업법'에 명시된 '갱신요구 기한 10년차'를 빌미로 폐점, 가게 앞에 본사의 갑질을 규탄하는 대형 현수막가지 걸며 저항했던 김경무씨는 그동안 본사로부터 남발된 내용증명으로 폐점 처리와 함께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대했다
가맹점주협회 임원진이 붕괴되고 자본에 의해 기울어진 저울에 좌절하던 우리는 가맹점주 전국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손해를 마다하지 않고 법률 지원을 한 '정 가맹거래사무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싸우는 '참여연대' '민변' 등의 격려와 지원을 받아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2016년, 공정위에 '부당한 광고비 집행, 점주단체 활동에 의한 부당 폐점, 전단지 강매, 신규 가맹자에 대한 인근 가맹점 현황 미 제공 등'으로 2차 제소를 하면서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업계에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해 여러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상황을 읍소하고자 만들어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현재 공정위에 가맹사업 담당자는 8명인데 브랜드는 3000개에 달해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근로자가 아닌 가맹사업자들의 단체 구성은 합리적이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가맹점주들은 좌절했다.
그렇게 공정위의 조사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부정한 정권이 무너졌다. 이후 새로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입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입니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태도와는 분명 대비되는 취임사였다. 우리는 희미하게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해 본사에서 작성된 '피자에땅 가맹점주 블랙리스트'를 입수하게 된 우리는 민변 등의 지원을 받아 검찰에 '정보통신법 위반, 가맹점주단체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안을 언론이 주목하면서 다시 한 번 '정의 실현'에 고무됐지만 공정위의 인사이동 등 내부 문제로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그에 따라 우리의 기대도 조금씩 작아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