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한로에 만난 민들레씨, 어느 하늘로 날아오를까?

[포토에세이] 무르 익어가는 가을에 만난 민들레씨

등록 2018.10.08 15:27수정 2018.10.08 15:2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갑남
 
전갑남

오늘(8일)이 절기상 한로입니다.


약 한 달 전, 흰 이슬이라는 뜻의 절기 백로(白露)가 있었습니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때였습니다.

어느새 자고 나면 찬 기운에 무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찬이슬의 한로(寒露)가 찾아온 것입니다.

가을이 무르 익어갑니다. 들녘은 그야말로 황금들판. 가을 추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들깨 밭을 보더니만 훈수를 합니다.

"들깨 밭도 완전히 가을이야! 이제 벨 때가 되지 않았나?"
"글쎄요. 하루 이틀 두고 볼 셈 인데요."



그러고 보니 들깨 밭에도 노란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푸른 잎이 있어 며칠 지나 베야겠습니다.

아내가 고추밭에서 찬거리로 풋고추 몇 개를 따다가 호들갑입니다.


"여보 여보, 여기 좀 와봐!"
"왜?"
"이 민들레 좀 보라구! 이슬 먹은 꽃이 너무 예뻐요?"
"그건 꽃이 아니고 씨야?"
"아참, 그렇지!"


고추밭 고랑에 씨 맺힌 민들레가 참 예쁩니다. 입으로 훅 불면 두둥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습니다.

예쁜 민들레씨를 보니 참 신비스럽습니다. 수많은 우산털 씨방 맨 끝에 붙은 각각의 솜털 같은 갓털이 가볍습니다. 우산털이 벌어지고, 그 틈새로 바람이 찾아오면 갓털과 함께 멀리 날아갈 것입니다.

민들레씨는 싹 틔우기기 알맞은 곳에 낙하산처럼 내려앉으면 새싹이 틀 것이고, 운이 나빠 물속이나 콘크리트, 아스팔트 같은 곳에 떨어지면 그냥 사라질 것입니다.

기분 좋은 가을바람에 훌훌 날아갈 민들레씨, 어디에다 새싹을 틔울까?

#모이 #민들레 #민들레씨 #가을단풍 #한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