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신고는 간단한 서식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아무나 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이 신고를 인터넷으로는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윤기
왜 유독 집회 신고는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하나
물론 늘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지요. 신고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신고 접수를 거절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질서 유지 인원이 부족하다", "집회 주최자가 과거 불법시위 전력이 있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신고를 까다롭게 하곤 하였습니다. 막상 집회가 열리는 날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여 참가자를 위축시키고 집회를 방해하는 일도 많았지요.
또 서로 다른 단체가 같은 장소나 인근 장소에서 집회하겠다고 신고하는 일도 있고, 노동조합의 집회를 막기 위해 회사 측이 '유령집회' 신고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온라인 신고제도를 도입한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도 않겠지만 현행 방문 신고제 역시 이런 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 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인 시위를 고안하여 집시법을 무력화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하였고, 지금까지도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야간 집회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집회나 시위인 행사도 '문화제' 등으로 이름 붙여 문화행사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집시법은 고쳐야 할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옥외 집회 신고'는 방문 접수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은행거래와 주식거래를 비롯하여 웬만한 민원 업무는 모두 인터넷으로 가능한 대한민국에서 왜 유독 집회 신고는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망을 갖춘 나라인데 집회 신고는 인터넷으로 하면 왜 안 되는 걸까요?
경찰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집회 신고자는 특별한 자격이나 직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최자나 주최자로부터 위임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신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청 절차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옥외집회신고서', '주최자 등 명단', '시위행진 등 진행 방향 약도'만 제출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에선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옥외집회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8년간 연평균 집회 신고 13만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