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보다 절집이 더 어울리는 작은 암자.
김종성
'깔딱고개'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걸어 산꼭대기에 오르면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거대한 화강암 통바위가 우뚝 서 있다. 송낙(승려가 쓰는 모자)을 쓴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불암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바위다. 이 바위 덕인지 해발은 높지 않지만 주변 전망이 넓게 트여 마치 높은 산에 오른 느낌을 받는다.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 옆으로는 수락산이 동양화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기도 지역의 검단산과 예봉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오르는 동안의 힘겨움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땀방울 맺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불암산 정상 아래엔 아쉽게도 옥의 티 같은 존재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쉬어갈 만한 평평한 공간에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들어서 있다. 올해 3월부터 음주산행이 금지된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음식과 함께 버젓이 술(막걸리)을 팔고 있다. 돌산이다 보니 곳곳에 거칠고 급한 경사의 산길이 있는데, 술을 마시고 하산하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겠다.
게다가 산속에서 채취한 도토리들을 포대로 쌓아놓고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노점에서 팔고 있던 도토리부침개나 도토리묵용이다. 도토리 좀 줍는다고 별 대수냐 싶겠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토리나 밤·잣은 산에 사는 짐승들의 먹거리로 가을은 물론 겨울을 나는 중요한 식량이다.
도토리는 흔히 다람쥐의 먹이로 알려져 있지만,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은 다람쥐 외에도 많다. 멧돼지·고라니·너구리 등 큰 동물에서부터 청설모·산 쥐 등 작은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들도 도토리를 먹는다.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