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란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무로 지은 집이라고 말하련다.나무는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향으로,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는 촉감으로 이 집을 가득 채운다.
황우섭
지붕을 완성한 뒤 촘촘히 올라온 서까래의 향연은 바로 그런 결과물의 총합이었다. 직선도 아니고 곡선도 아닌, 나무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 천장 서까래의 질서가 나는 참 좋았다. 그런데 이 순간에 나는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천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 서까래를 노출할 것인가, 일반 주택처럼 천장을 따로 만들 것인가. 경우에 따라 대청만 서까래를 노출하고, 주방이나 안방, 화장실 등은 천장을 따로 만들어 올리는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이 집의 아름다운 서까래를 살면서 즐기고 싶었다. 여러 우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뜻을 꺾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 집의 모든 천장에 서까래를 노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른다.
서까래를 노출한다는 건 나무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덥거나 추울 때, 습기가 차거나 난방으로 인해 인위적인 열이 가해질 때마다 나무는 영향을 받는다. 한옥은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집이라고들 한다. 이건 달리 말하면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습도에 매우 취약하고, 기후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멀쩡히 잘 열리던 문이 날씨에 따라 뻑뻑해지거나 딱 맞던 문이 헐거워진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휘어지고 틀어지고, 벌어진다는 말도 들었음은 물론이다. 살면서 습도와 온도에 매우 신경쓰지 않으면 천장의 나무가 상할 수도 있다니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특히 화장실 천장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한참 이어졌다. 다른 곳은 몰라도 늘 습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화장실의 서까래 노출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나는 '화장실에 습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생각했다. 아파트의 화장실은 보통 집 안의 안쪽, 사방 창문이 하나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햇빛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집의 화장실은 창문이 두 개나 있고, 한낮에는 대청을 거쳐 한줌이긴 하지만 햇빛도 들어온다. 습관적으로 나는 화장실을 쓰지 않을 때는 문을 열어두며 지낸다. 그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거슬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건식으로 사용할 예정이라 전용 수건을 두고 샤워 후에는 물기를 한 번씩 닦고 나오는 습관만 들이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화장실이 매우 작기 때문에 한 번씩 쓱, 닫고 나오는 게 그리 크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았다. 당연히 환풍기도 달아둘 테고. 여러 우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바닷가에 집을 짓는 사람들은 보통 바다 쪽으로 통창을 낸다. 바다를 마음껏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살다보면 지겨워져 커튼으로 가리고 산다고 했던가. 서까래의 아름다움도 한두 번이지, 갈수록 식상해질 것이고, 불편함은 지속되어 결국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훗날 하게 될지 안 할지 모르는 후회의 가능성 때문에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까래의 물결, 우리를 눈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