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행사 비판하며 북한 열병식 보여준 TV조선 <뉴스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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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팩트체크'할 만한 것이 그렇게도 없었나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팩트체크 보도는 매우 주요하고 필요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팩트체크를 하려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거나, 가짜뉴스성 내용이어서 회자가 되고 있는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말 실체가 있는 말인지, 누가 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고, 화제가 되지도 않았으며, 중앙일보 칼럼 이외에는 보도도 없는 '군사 퍼레이드는 독재국가에서 주로 한다'를 말이 사실인지 팩트체크하여 '군사 퍼레이드는 해외에서도 다 하고 북한도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을까요?
만약 이 사안이 화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차라리 이런 말이 실제 있었는지, 누가 한 말인지부터 따져봤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또한 누구나 다 하는 군사 퍼레이드라지만, 이것의 장단점, 실익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치 않았을까요? 아무리 봐도 TV조선의 팩트체크는 쓸데없는, 부적절한 아이템에 대해 지나치게 노력한 결과로만 보입니다.
'군사 퍼레이드가 없다니' 앵커까지 나서 화낸 TV조선
같은 날 진행된 TV조선 <앵커의 시선/저녁에 열린 '국군의 날' 행사>(10/1 신동욱 앵커 https://bit.ly/2DTFazy)에서도 신동욱 앵커의 불만은 이어졌습니다. 앞선 <따져보니>에서 등장한 북한의 열병식 관련 발언들은 <앵커의 시선>에서도 마찬가지로 등장했는데요.
신 앵커는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의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렇게 반박했"다며 "어느 나라나 군대 창건일을 성대한 행사로 기념하는 것은 관례이며 상식",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두겠는가"라는 북한의 과거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또다시 북한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죠.
이어 "그런데 오늘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시가행진 없이 저녁에 축하공연처럼 치러졌"다며 국군의 날 행사에 시가행진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신 앵커는 "물론 국군의 날이라고 해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목숨으로 나라를 지킨 순국의 희생을 기리고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다면 오히려 더 의미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 말미에는 "하지만 국민들이 TV 시청하기 좋은 시간을 택해 야간으로 행사를 옮겼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비판을 가한 뒤 논평을 마무리했습니다.
'북한도 하니 우리도 하자'? '북한 비정상'이라던 TV조선은 어디 갔을까
TV조선의 과잉 팩트체크에 고무된 민언련도 굳이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군사 퍼레이드'를 안 한 것이 정말 이렇게 비판받아야 할 일일까요? 5년 마다 국군의 날에 거창한 군사 퍼레이드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 살펴봤습니다. 없습니다. 군사 퍼레이드는군사독재 시절에는 매년 진행되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3년에 한 번 꼴로 줄어들었고 김영삼 정부 이후에는 대통령 취임 첫 해에 하는 것으로 다시 축소됐습니다. '5년 주기로는 꼭 해야 한다'는 TV조선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국방부 훈령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계속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맥락을 보면 이는 단순한 관행일 뿐입니다.
또한 TV조선이 북한의 열병식까지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대단히 1차원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북한은 하는데 우리는 왜 안하냐'는 식의 비판은 언론이 보도로 내기에는 상당히 민망한 수준이죠. 북한이 하는 모든 군사적 행동을 우리가 따라할 필요는 없으며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간 TV조선이 북한을 항상 '비정상국가'로 취급하며 조롱했던 점을 생각해도 왜 갑자기 '군사 퍼레이드'만 따라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TV조선의 적은 조선일보?
더 황당한 사실은 그간 조선미디어그룹 매체에서 나온 기사에서 "군사 퍼레이드는 독재국가에서 주로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는 것입니다.
주간조선 <평창 전날 사상 최대의 열병식 비수 뽑아든 北의 노림수>(2/5 https://bit.ly/2NkcZt1)는 "독재자는 열병식을 좋아한다", "보통 독재자는 열병식을 한 번 보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십 번을 반복하는데 막상 고생하는 것은 군대와 국민이다"라며 열병식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美국방부, 트럼프 지시로 대규모 열병식 개최 검토…WP "군사정권 연상시켜">(2/7 https://bit.ly/2NZpteM)에서는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서방 선진국에서도 흔히 열리고 있다"는 TV조선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합니다. 조선일보는 "미 국방부가 연내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군국주의 혹은 독재 정권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열병식을 피해왔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미국이 열병식을 기피하는 것이 "과거 소련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행진이나 북한의 미사일 열병식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미국의 대규모 열병식은 북한에 대한 군사력 위협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만 본다면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병식이 치러지지 않은 것을 TV조선이 칭찬해야 할 지경입니다.
채널A "대통령, 작년엔 응징 올해엔 평화", 정말 그럴까?
TV조선이 '군사 퍼레이드 생략'에 과도하게 흥분했다면, 채널A는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통령의 시각이 지난해에는 '응징'에서 올해는 '평화'로 바뀌었다는 것인데요. 심각한 왜곡 보도는 아니지만 채널A가 스스로 내린 결론에 이유를 짜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채널A <'평화' 강조 70주년 국군의 날>(10/1 박민우 기자 https://bit.ly/2OsWBef) 박민우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단어에서 큰 차이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는 "'평화'라는 단어를 15차례나 썼"다는 점과 "1년 전에는 '안보'라는 단어를 11차례나 썼"다는 점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안보를 강조한 반면 올해에는 평화를 중점으로 삼았다는 것이죠.
이어 문 대통령의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어 아주 가슴이 벅찹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준 뒤 "1년 전 기념사에서 '응징'을 강조한 것과 다른 모습"이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념사에 등장하는 '북한'이란 단어의 사용 횟수와 성격도 달라졌"다며 "올해 기념사에선 북한이란 단어가 한 차례 사용됐는데 북한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천명했다는 내용"이지만 "지난해 기념사에선 6차례 언급됐고, 우리 군이 응징하고 압도해야 할 대상으로 기술됐"다는 점을 변화된 부분이라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