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가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떤 내용의 제도인지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양 제도의 적용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국회 인사 청문 대상자, 지방자치단체의 정무직 공무원과, 그 배우자 및 자녀로 한다. 단 배우자와 자녀가 자기 힘으로 취득했음을 입증하는 부동산은 제외한다. 제도 시행 후 대상자의 범위를 공직자윤리법이 정하는 재산공개 대상자와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양 제도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대상 부동산을 취임 후 90일 이전에 자진해서 매각하거나, 취임 후 30일 이전에 지정된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하며, 계속 보유하고자 할 경우 보유 부동산 중 일정 가액 이상에 대해 부과되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상자는 임명을 받거나 선출된 후 취임 이전에 보유 부동산 처리 계획(자진 매각, 백지신탁, 계속 보유)을 공표해야 한다.
보유 부동산 중 실수요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부분은 자진 매각과 백지신탁의 대상이 된다. 실수요 부동산은 대상자가 거주 목적이나 영업 목적으로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과 선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고위공직자 소유 부동산의 실수요 여부를 판단하고 수탁기관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인사혁신처 산하에 부동산백지신탁 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 수탁기관은 대상 부동산의 관리·운용·처분 및 매각금액의 운용 등을 담당한다. 수탁기관은 수탁 후 6개월 이내에 최고가 매각의 원칙에 따라 대상 부동산을 매각한다. 매각금액과 매각 때까지의 수익(임대료 등)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차액을 국고로 귀속시킨다.
대상자의 퇴임 시까지 대상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거나 매각 추진 과정에서 대상자가 사임할 경우, 현물로 반환한다. 단, 신탁 해지 시점의 시가 상당액과 신탁 기간 중 수익(임대료 등)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차액을 환수하여 국고로 귀속시킨다. 고위공직자 재임 기간 및 퇴임 후 3년 동안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신규 취득을 금지한다.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고위공직자로서 자진 매각과 백지신탁을 선택하지 않는 자에게 부과하는 초과소유부담금은 일정 기준(예컨대 서울 지역 아파트의 상위 33%에 해당하는 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부과한다. 소유 부동산 가액은 대상자가 전국에 소유하는 모든 부동산을 인별 합산하여 구한다. 부담금의 비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고, 부담금 부과 기간은 고위 공직 재임 기간 및 퇴임 후 1년으로 한다.
제도 도입의 의의와 가능성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를 제안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동산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기회를 주되, 자진 매각, 백지신탁, 계속 보유라는 선택지를 부여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특징이 있다. 다만, 백지신탁의 경우 정상 이자를 초과하는 이익은 국고에 귀속시키며 소유상한제의 경우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는데, 이는 고위공직 재직 기간과 퇴임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상의 아이디어는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의 제안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으로 아직 면밀한 검토, 특히 법률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져서 제도의 완성도와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 실태를 드러내서 비난하고 그들에게 도덕적 결단을 촉구하는 데 머물 단계는 지났음을 보여주는 데는 이 아이디어들이 제법 효과를 발휘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과연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법률로 도입될 수 있을까? 그 법률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것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이를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뒀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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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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