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인근을 지나는 '애국보수집회'2018년 4월,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박명훈
이제 종교이야기를 해보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에스더기도운동'이며 그들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확산하는 이들을 '인터넷 선교사'라고 지칭했단다. '에스더' '기도' '선교사', 모두가 기독교 용어다. 그래서 이들이 기독교인일까? 아니, 오히려 이들은 기독교를 빙자해서 기독교를 욕되게 하는 이들이다.
'에스더의 이야기'는 구약성서 중 한 권으로 기록돼 있다. 에스더는 유대인으로 기원전 617년 예루살렘으로부터 페르시아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의 후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페르시아 제국의 왕 아하수에로의 왕비가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대인을 몰살하려는 하만이라는 사람의 계획을 입수한다. 그가 잔치를 베풀자 왕이 크게 기뻐하며 '소원을 말하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했지만, 에스더는 하만의 목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자기 민족을 지킨 인물이 됐다.
'민족을 구한 에스더', 여기에서 착안하여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스더기도운동 본부가 한 일이 과연 '대한민국을 구하는 일'인지는 의아하다. 그들은 단지 이름을 빌렸을 뿐 반기독교적이며 반성서적이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에 불과하다.
교회라는 간판을 달고, 교회 세습이나 하는 대형교회나, 반공설교나 하는 목사나, 검증되지도 않은 교회들을 끌어들여 연합단체를 만들어 기독교계에 영향을 끼치려는 이들이나, 태극기집회에 십자가를 들고 참석하는 이들이나, 성직자의 권위를 이용해서 여신도들 성폭행하는 목사나, 종말 운운하며 교인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이들이나, 그 맹신자들을 '기독교'라는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싶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주장하며 구원의 확신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확신한다고 해서 그들이 기독교인일까.
강력한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기독교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답게 이 역사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했더라면 이런 가짜들이 판을 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자업자득이 아닌가? 머리로만 믿고 삶으로는 살지 않는 가짜 신앙인들을 양산한 결과를 우린 어렵지 않게 목도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개신교회 장로였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총리를 했던 황교안씨는 개신교 전도사라 했다. 그리고 최순실씨 '비서' 역할을 한 청와대 이영선 전 행정관은 '한국선교안전센터'를 시작했다고 한다. 기독교가 도매급으로 넘어가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가짜뉴스를 양산해내는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기독교인인 필자의 입장에서 그들은 종교가 아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이들과 그것을 신봉하는 이들은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를 자신들의 주장이 진짜이기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하는 것만이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듯하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가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