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석 교수
노용석
-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민간인 학살관련 유해발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해발굴은 우리 사회의 역사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또한 어떠한 문화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나?
"유해발굴의 상징성은 단순히 인간의 뼈를 지상으로 수습한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실 유해발굴은 고고학적이고 법의인류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로 인해 얻어지는 것은 잊힌 소수자의 기억과 진실을 사회적으로 공유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유해발굴은 의례적으로 볼 때 비정상적인 죽음을 당하여 누구도 모르는 곳에 암매장되어있던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결국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발굴은 비정상적 죽음을 당하여 암매장되어 있던 이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는 의례적 행위이며, 또한 이들의 기억과 존재를 사회적으로 승화시켜, 다시는 이러한 악행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기제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유해 발굴 업무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지역의 유해 발굴을 주도하였는데 당시 민간인학살 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을 현장에서 직접 실시하면서 느낀 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유해발굴을 실시하면서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유해발굴을 실시하는데 있어서 시스템적인 측면이 많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발굴을 실시하는 조직 및 체계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유해발굴을 바라보는 입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유해를 발굴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싶어 하지만, 발굴된 유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기념하고 위령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단지 유해발굴의 역사가 짧아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기념과 위령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체계가 원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은 전국적인 규모로 자행되었다. 그러나 1960년 4.19혁명 이후 특별히 경상남북도를 중심으로만 민간인 학살 유족회 결성과 진상규명 요청 운동이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경상남북도의 많은 지역은 한국전쟁 중 인민군이 들어오지 않은 지역이었으며, 설사 인민군이 들어왔다 할지라도 오랜 시간 동안 인민군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이것은 한국전쟁 초반 낙동강을 중심으로 약 3개월간의 지난한 교전이 지속되었으며, 이후 1950년 9월 이후 전황이 빠르게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의 많은 지역은 이승만 정부가 전쟁초기 빠르게 후퇴를 하는 바람에 제법 긴 '인공' 시기를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민간인들이 북한군에 동조하거나 '부역'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역혐의'는 1950년 9월 이후 다시 남한정부가 인민군 점령지역을 재수복했을 때 상당히 많은 보복과 학살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부역혐의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라고 말한다.
부역혐의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다른 유형의 학살과 비교해 볼 때 개인적 원한과 보복이 짙게 깔려 있으며, 상당히 잔인한 형태의 린치가 가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해당 사회의 전반적 경향은 공포와 침묵으로 바뀌게 되고, 많은 경우 누구도 학살과 관련한 담론을 거론하지 않게 된다.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의 경우 1950년 9월 재수복 이후 상당수의 부역혐의자에 대한 보복이 행해졌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피학살자 유족 혹은 주민들은 4.19혁명이 발생했다 할지라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하여 어떤 규탄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 노용석 교수는 2005년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2006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 발굴 사업을 총괄하였다. 현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폭력과 소통>(공저), <트랜스내셔널 노동이주와 한국>(공저)이 있다.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 - 빨갱이가 된 인간의 뼈, 그리고 유해발굴
노용석 지음,
산지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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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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