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7-28〉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밑굽 무늬, 서울 암사동, 국립중앙박물관. 〈사진29〉 스페인 신석기 그릇 밑바닥 무늬, 높이 9.2cm, 기원전 2200-1500년, 스페인 고고학박물관. 세 그릇 모두 하늘에서 내린 비가 땅속 심원의 세계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표현했다. '초기' 신석기인들은 비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데도 땅이 물에 잠기지 않는 것이 신기했고, 또 두려웠다. 비가 흘러들어가는 곳, 그들에게 그곳은 심원의 세계였고 ‘공포’였을 것이다. 〈사진28〉에서 초록선 위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그 아래는 땅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스페인 고고학박물관
밑굽 무늬와 한반도 신석기인의 세계관
〈사진22〉는 빗살무늬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릇이다. 〈사진22〉와 〈사진23〉은 둘 다 서울 암사동에서 나온 것인데 〈사진22〉가 더 먼저 빚은 그릇일 것이다. 그 까닭은 사람이 살아가는 땅과 그 아래 공간(땅속)을 뚜렷하게 경계 지었기 때문이다.
〈사진26〉이 바로 〈사진22〉 같은 토기의 아래 굽이다. 무늬를 새기기 힘든 곳인데도 아주 세심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사진23〉은 굽 부분 무늬를 새기지 않고 빗줄기가 아래 밑굽까지 쭉 내려온다. 이것은 아래 밑굽 무늬에 대한 생각이 그들의 세계관에서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선사 시대 그릇 무늬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먼저 밑굽 무늬가 없어지고, 그 다음 몸통, 마지막 아가리 무늬가 없어지면서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 민무늬토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사실만'을 말할 뿐이다. 문제는 왜 그들이 밑굽에서부터 아가리까지 점점 더 무늬를 새기지 않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빗살무늬를 낱낱이 해석하면 자연히 드러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 올라온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사진 자료 474장에서 밑굽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릇과 토기 조각은 274점이다. 이 가운데 밑굽 무늬를 새긴 그릇은 238점이고 새기지 않은 그릇은 36점이다. 인천시 편 빗살무늬토기 사진 자료 533장에서 밑굽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릇은 22점인데, 이 가운데 2점만 무늬를 새겼다. 경기도 편 빗살무늬토기 사진 자료 203장에서 밑굽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릇이나 조각은 26점이고, 이 가운데 6점만 무늬를 새겼다.
부산 동삼동 편 빗살무늬토기 사진 자료는 179장인데, 이 가운데 밑굽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릇이나 조각은 없었다. 부산 동삼동, 경기도, 인천 빗살무늬토기에서 밑굽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릇이나 조각은 그 수가 많지 않고, 또 있다 하더라도 무늬를 새기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은 밑굽 무늬에 대한 세계관이 그들의 삶과 사고에서 해결이 되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그러한 세계관이 없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무늬를 크게 다섯 가지(하늘 속 물(水)과 통로(天門), 경계(파란 하늘), 반타원형·삼각형 구름, 빗줄기, 땅속으로 흘러가는 비(雨))로 나누고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것은 다음 글부터 세계 문양학자들의 의견과 세계 신석기 그릇 예술사 속에서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가며 자세히 밝혀 나갈 것이다.
*다음 글의 주제는 '한반도 신석기인이 새긴 하늘 속 물(水)과 파란 하늘'입니다.
*연재 첫번째 글 :
빗살무늬토기, 과연 기하학적 추상무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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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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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무늬' 종류는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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