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위키커먼즈
- 그런데 샘, 청소년들도 생리컵을 쓸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청소년도 사용할 수 있어요. 생리컵은 사이즈와 종류가 다양해서 청소년과 성인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산 전후의 질의 상태, 자궁의 위치 등에 따라 내게 맞는 컵을 골라 사용할 수 있어요."
여기서 잠깐! 내 자궁 높이 재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①손가락을 깨끗하게 씻는다. ②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③내 질이 어딨는지 본다. ④최대한 긴장을 푼다. ⑤중지를 질 속에 살살 넣어본다(아프지 않아요). ⑥손가락 두 마디 전에 자궁 입구가 닿으면 자궁이 낮게, 두 마디 후에 닿으면 보통에, 손가락이 다 들어가도록 닿지 않으면 높게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 쉽죠?
얼마 전 우리가 사용해 오던 생리대 중 일부가 여성의 몸에 매우 유해할 수 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그때, 저를 포함해서 생리를 하는 여성들뿐 아니라 생리를 앞둔 자녀들을 가진 부모님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러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바로 그때 혜성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많은 관심을 받은 생리용품이 바로 '생리컵'이에요. 하지만 우리에게나 혜성이지 뭐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했어요. 생리컵은 말 그대로 생리혈을 받아내는 '컵'인데요. 질 속에 컵을 집어넣어 자궁 입구에서 나오는 피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 생리컵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 생리컵은 장점이 참 많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생리대는 팬티에 붙여서 질 밖으로 흘러나오는 피를 흡수시키는 용도로 쓰잖아요. 이때 피 묻은 생리대가 외음부(잠지라고 말해줘도 괜찮아요!)에 계속 닿게 되면 습하고 가려울 뿐 아니라 세균 번식의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가격이 '후덜덜'이죠.
생리컵을 하게 되면 먼저 축축한 생리대를 계속 차지 않아도 되니 가렵지도 않고 세균 번식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전해요. 또 질 안에서 바로 생리혈을 받아 주니까 생리혈이 질 밖으로 나올 때 느껴지는, 꿀렁꿀렁(흔히 굴 낳는 기분이라고 하죠!)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서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아요.
수영이나 운동을 할 때도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일회용 생리대처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컵을 비워내고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용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랍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운동화 깔창을 대거나 수건을 깔고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컵을 나눠주고 사용법을 잘 알려준다면 생리대를 살 수 없어 겪게 되는 비극을 부분적으로라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생리컵과 또 다른 삽입 생리대인 탐폰의 차이는 뭐죠?
"탐폰 역시 생리컵처럼 질 속에 집어넣어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장점들이 있어요.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생리혈을 잘 흡수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한 섬유를 집어넣기 때문에 자칫 질 속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 독성쇼크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생리컵은 그런 면에서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죠."
- 생리대도 탐폰도 부작용이 있는데, 생리컵은 없나요?
"그건 또 아니에요.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저를 포함한 사용자들이 느끼는 아쉬운 점들을 알려 드릴게요. 먼저 익숙하게 사용하기까지 질 속에 집어넣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한 번에 잘 집어넣는 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질 입구에서 컵을 밀어 넣는 일이 어렵다고 해요. 집어넣은 후에도 초반에는 컵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컵이 안에서 잘 펴졌는지 알 수 없어 피가 새기도 하고 이물감이 느껴져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또 처음부터 나에게 맞는 생리컵을 알 수가 없어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나에게 맞는 다양한 생리컵을 경험해보면 좋은데 가격이 싸지 않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잘 맞거나 얼마간의 고생 끝에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몇 달의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고 끝내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생리컵 사용이 익숙해져서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면 그 편리함과 해방감에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해요. 실제로 그렇고요. 또 최근엔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생리컵 후기와 사용법 노하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생리컵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전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생리컵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밖에도 면 생리대, 생리팬티, 유기농 생리대 등 기존의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안전하고 접근성이 비교적 쉬운 생리용품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답니다. 각자 자기와 잘 맞는 생리용품들을 찾아 힘들고 불편한 생리기간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손가락을 넣어서 자궁 높이 재기? 난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