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4월 1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서비스 경원지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가져나오고 있다. 2018.4.12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 설립을 '사고'로 생각하며 발본색원하여야 할 대상으로 삼았고, '차등화'·'우군화' 등 노조분열을 유도하며 노조를 조기에고사시키도록 독려하는 등 무노조 방침이 신념화돼 있었다. 실제로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이라며 노조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라고도 표현했다.
또 검찰은 이번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벌인 장기간에 걸친 조직범죄의 성격"이라고 규정하며 "삼성이 노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가히 백화점식으로 총망라돼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이 노조와해 전략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노조 설립의 태동 단계부터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와해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삼성의 '맞춤형 노조와해 방법'은 ▲'심성관리'라고 부르는 노조원 밀착감시 ▲거액의 금품지급을 미끼로 탈퇴 유도 ▲고소·고발로 압박하기 ▲작업 미배정으로 월수입 감소 ▲노노갈등 유발 ▲아예 회사를 없애 버리거나, 갖은 핑계를 만들어 노사협상을 지연시키는 전술 등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의 더 교묘하고 은밀한 형태로 진행됐다"라며 "이는 삼성이 노조와해를 위한 전문인력을 'In House' 형태로 다수 보유하여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컨설팅 업체를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채용하거나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로 전문가들을 영입·육성하여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공작을 벌였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노조와해에 사내 역량뿐 아니라 동원 가능한 외부세력도 조직적으로 끌어들였다.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인 노조 전문가가 노조와해 전략을 짜는 데 동참했고, 경찰 간부 출신 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의 노사협상에 개입하기도 했다. 또 각 협력업체의 협상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위임자가 아닌 삼성의 이익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무노조 경영 철학을 유지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노무 관리'라는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인 노조와해 공작으로 인해 조합원 2명이 자살에까지 이르렀다"라며 "실업과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 등 조합원들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막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밀하고 집요한 노조 와해로 인해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한 생존권 보장이 어려워진 개인이 입는 피해는 장기적인 근로조건의 개선 가능성을 원천에서 봉쇄당하기 때문에 부당해고 등 외부로 쉽게 드러나는 피해보다 근로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구제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32명 개인 기소 외에 삼성전자서비스 법인도 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