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도와 덕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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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주둔지 중 하나인 백령도는 북한 땅 가까이 있다. 제2항에 따라 백령도 해병대는 포 사격을 할 수 없게 되는 반면, 맞은편 북한군은 포 사격이 금지되지 않은 내륙으로 들어가서 사격 훈련을 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조선일보>의 우려다.
그래서 해병대만 훈련을 못하게 돼 전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이 단독으로 정해놓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남쪽 바다를 향해 포 사격 훈련을 해왔던 해병대가 앞으로는 그런 연습 기회를 잃게 돼 걱정이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 측면에서도 우리 군의 전력은 급격히 약화될 전망이다. 현재 서북도서 해병대는 NLL 남측을 향해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등을 쏘는 훈련을 하고 있다. ······ 11월 1일 완충수역이 선포되면 해병대는 해상 실사격 훈련을 못하고 빈 포로 사격 절차만을 익히지만, (황해도의) 북한 4군단은 예전과 변함없이 내륙으로 포를 잠시 옮겨 사격하면 된다."
위의 2번째 문장에서 나타나듯이, 그동안 해병대의 실사격 훈련은 남쪽 바다를 향해서만 이뤄졌다. 마지막 문장의 "예전과 변함없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북한군의 실사격 훈련도 바로 앞의 백령도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는 그동안 백령도 주변의 양쪽 군대가 모든 경우를 다 가정한 실사격 훈련을 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제한된 방향을 향해, 제한된 장소에서만 실사격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병대는 백령도를 안전하게 지켜왔다. <조선일보> 보도는 이런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킨 것이다.
군사 합의서 때문에 해병대가 고립됐다?
또 백령도 해병대원들의 실사격 실력이 떨어질 거라는 지적도 염려보다는 기우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듯하다. 해병대 부대가 백령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완충수역과 관계없는 포항에도 있다. 실사격 실력을 갖춘 장병들을 백령도에 배치하는 방안은 해병대 내에서 얼마든지 고안될 수 있다. 해병대가 '귀신 잡는 해병'이란 영예를 얻은 것은 한국전쟁 때다.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가 그 정도 방안도 강구하지 못할 리는 없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말을 빌려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해병대를 섬에 고립시킨 꼴"이 됐다면서 "서북 도서에서 덕적도까지 모든 섬이 고립되면서 인천·평택 앞바다까지 방어선이 없어진 셈"이라고 부풀렸다. 완충수역 내에서 실사격 훈련을 못하는 것은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 보도대로라면, 북한 입장에서도 황해남도 해안 방어선이 뻥 뚫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