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피로써 지켜온 서해 NLL 포기한 폭거 저질렀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군사분야합의와 관련해 “피로써 지켜온 서해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성호
한국당의 '견지망월' 행태 중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NLL 포기' 주장이다. 한국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합의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무장해제'라 비난하면서 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마치 지난 2012년 대선을 보는 것 같다.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편 바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분야 합의에서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정찰 자산을 스스로 봉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온 서해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노무현 정부 시즌2' 정부답게 노 전 대통령이 포기하려 했던 NLL을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하고 말았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새누리당 시즌2' 정당의 원내대표답게 이미 '가짜뉴스'로 밝혀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악의적으로 호도하고 있다. '안보팔이'로 혹세무민하려는 지긋지긋한 행태가 2012년 대선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이 반복·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의혹은 2012년 대선을 요동치게 했던 메가톤급 이슈였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는 게 주된 요지다. 정 전 의원은 두 정상 사이에 단독비밀회담이 있었고, 'NLL 포기' 발언을 입증할 녹취록도 존재한다며 정치생명까지 걸었다(그러나 정 전 의원은 의혹을 제기한 지 3일 만에 녹취록은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말한 '대화록'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정 전 의원이 포문을 열자 새누리당과 당시 박근혜 후보는 '안보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며 남북정상 사이의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 역시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읽었던 문건은 훗날 공개된 대화록 내용과 거의 흡사해 불법문서유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한국당의 'AGAIN 2012'
새누리당이 총공세를 펼쳤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실제 2012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치공세가 지속되면서 '안보이슈'가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했고, 그에 따라 보수층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당시 새누리당의 공세가 사실이 아닌 새빨간 거짓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