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차례상 앞으로 모일 수 없는 지금의 라이프 싸이클탓에 우리집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이렇듯 메시지라는 방법의 마음으로 함께할 수 밖에 없는 평편이다.
이안수
아버지가 떠나신 지 3년, 여전히 아버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게 모습을 보입니다. 어떤 경우는 눈빛으로, 어떤 경우는 음성으로...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어떤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현(顯)은 나타남을, 고(考)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학생(學生)은 관직에 있지 않은 사람을, 부군(府君)은 돌아가신 조상을, 신(神)은 신령을, 위(位)는 자리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 지방은 "배우는 학생으로 사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신령이시여 나타나셔서 자리에 임하소서"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지방을 쓸 때마다 관직이 아니라 '학생(學生)'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일생을 배우는 학생으로 사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농사꾼 아버지는 학교에서가 아니라 평생 산과 들에서 일로서 배움을 삼으셨습니다. 너무 이른 새벽에, 너무 늦은 밤에 들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형체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도깨비로 착각했습니다. 그 도깨비가 아버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