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룩'으로 자주 소개되는 코디. 사진은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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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쯤 되면 며느리들은 고민에 빠진다. 언제 '시월드'에 입성하느냐만큼 중요한 문제. 바로 '명절룩'이다.
명절룩의 동의어는 '며느리룩'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명절룩'이라고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며느리 명절룩', '며느리룩'이 자동으로 뜨고 "시월드와 친정 갈 때 명절룩 이렇게", "명절, 센스만점 며느리룩으로 사랑받는 법"이라는 기사가 노출된다.
며느리들은 명절에 뭘 입고 가야 어르신들에게 한 소리 듣지 않을지를 두고 한 번쯤은 고심한다. 전 부치려고 바지나 레깅스 차림으로 가면 '너무 막 입고 왔다'라고 핀잔을 듣고, 격식을 차려 입고 가면 '일해야 하는데 왜 그리 불편하게 입었냐'라고 지적받고... 복장 검사하는 시어머니에게 합격점을 받고 싶은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하소연들이 맘카페에 심심찮게 올라오곤 한다.
여기서 잠깐. 쉬우면서도 난해한 시어머니의 언어부터 한번 번역해 보자.
#1. 큰맘 먹고 예쁘게 차려입고 갔다.
(원문) "어머, 옷 새로 샀니?"
(번역) "부엌에서 일할 텐데 뭘 이렇게 입고 왔나."
#2. 어차피 일만 해야 하니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갔다.
(원문) "급하게 왔나 보구나."
(번역) "혹시 시댁을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니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명절룩의 정석은 없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잘 입어도 못 입어도 욕먹는 며느리의 옷차림, 어차피 이래저래 결과는 마찬가지다.
명절의 의미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원래 추석, 설날 등의 명절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생겨난 집단가족주의 행사다.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추수도 하고 일손도 나눌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실용적 의미가 퇴색되고 전통문화라는 명목으로 정체불명의 '형식'만이 굳건히 남은 듯하다. 며느리들은 평생 본 적도 없는 남의 집 조상을 위해 상을 차려야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르신들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옷도 편하게 입지 못하는 형국이다. 결혼으로 얽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인격과 가치관, 취향까지 침해받는 것이다.
며느리에게 옷 입을 자유를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