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로 산다는 것>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종이책을 펴내려면 편집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고른 책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강주헌 출판번역가, 이홍 리더스북 대표, 변정수 출판컨설턴트, 정민영 아트북스 대표, 이렇게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6인이 각자 경험을 바탕으로 편집론을 이야기한다.
"관리형 품목은 그 출판사가 손해볼 걸 뻔히 알면서 반드시 내야 되는 책이죠. 출판사의 철학과 부합하는 책, 존재 이유가 있는 책, 혹은 그 책을 냄으로써 이후에 관련된 시리즈로써 다른 책을 붙여 놓을 수 있는 책, 의미 부여를 해주는 책, 이런 책은 반드시 내야 되잖아요."
(65쪽)
바로 이 문장에 꽂혀 종이책 제작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나는 영어 번역을 주로 했지만, 사실 중문학을 전공했다. 영어 번역 관련서는 많지만 중국어 번역 관련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손해볼 걸 알면서 반드시 내야 하는 책, 출판사의 철학과 부합하는 책, 존재 이유가 있는 책' 이 세 가지 조건에 딱 부합하는 책을 첫 번째로 기획했다.
2016년 당시는 중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시나리오 번역' 수요도 급증했다. 출판번역과 영상번역과는 또 다른 새로운 분야라 그렇다 할 번역 매뉴얼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어 시나리오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번역가에게 중국어 시나리오 번역을 중심으로 중국어 번역가의 삶을 보여주는 책을 쓰자고 제안했다. '중국어 번역'만 해도 독자 범위가 좁은데 '중국어 시나리오 번역'이라니, 독자층은 더욱 좁아졌다.
소수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했다. 판매 수입보다는 '존재 가치'에 의미를 두고 손익분기점도 계산하지 않고 일단 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시나리오 번역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출간 계획을 철회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중국과의 문화 교류가 완전히 단절될 리는 없으니 꼭 필요한 책을 내자며 작가와 함께 끝까지 힘을 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설레는 중국어 시나리오 번역>이다. 다행히 중국어 번역가의 삶을 궁금해하던 독자들이 반응을 해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