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대화' 체험객이 체험후기를 남기고 있다. 어둠속의 대화 체험은 학생을 중심으로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돈삼
'어둠속의 대화' 체험은 몸에 지닌 모든 물품을 맡겨놓고 시작된다. 안경까지도 벗어놓는다. 빛이 없는 공간에서 안경도 필요 없는 물건이다. 대신 흰지팡이가 하나씩 주어진다. 로드마스터가 체험을 이끈다.
로드마스터를 따라 들어간 어둠속은 일상의 공간이다. 다만 빛이 없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들여놓으면, 새소리와 물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일상의 숲에서 듣던 그 소리다. 호젓한 숲속 느낌이다. 잠시 나무의자에 앉아 숲내음을 호흡한다.
나무다리를 건너서 만나는 곳은 배를 타는 선착장이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결에서 선선함이 묻어난다. 강물에 출렁이는 배 위에 올라타면, 배가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배가 흔들흔들 어디론가 미끄러지는 것 같더니, 서늘한 폭포 아래를 지난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이 얼굴에까지 튄다.
시끌벅적한 재래시장도 어둠속에 존재한다. 손님을 부르는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좌판에는 갖가지 상품이 놓여있다. 비닐로 포장된 상품을 손끝으로 만져보며 포장지 속의 물건을 짐작해본다. 손끝으로 만져서 물건의 이름을 맞춘다는 게 여간 어렵다.
콜라, 사이다 등 음료를 파는 카페도 있다. 손님을 맞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활기에 넘친다. 목소리만으로도 밝은 기운을 전해준다. 금세 친밀감이 느껴진다. 캄캄한 공간에서 마시는 음료가 청량하다. 그러나 눈으로 보지 않고, 혀끝으로만 음료의 이름을 분간한다는 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