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한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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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담론은 참 많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책은 행복을 언급하고 있다. 행복에 대한 명문들을 보면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신적인 행복'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돈에 의한 행복, 물질적인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라 믿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시험 되고 다듬어져 온 공통분모가 거짓일 리는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돈이 곧 행복이라며 좇고 있다.
돈이 행복의 큰 조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돈이 있어야 의식주가 윤택해지고, 아프면 치료도 받을 수 있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세상에서 대우도 해준다. 하지만 재물에 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난할 때 목표로 삼았던 돈을 손에 쥔 후에도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이다.
소득이 늘어난 이후에는 행복에 대한 생각, 눈높이도 바뀌게 마련이다. 자꾸만 팽창되는 욕심으로 말미암아 돈의 노예가 되어 죽을 때까지 움켜쥐려고만 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소유 정신을 설파하신 법정 스님은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가 아니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가에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말씀이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한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행복에 조건을 걸기 때문이 아닐까? 돈이 얼마만큼 모이면, 집 평수를 얼마만큼 더 넓히면, 아이들이 성적이 얼마만큼 오르면, 얼마큼 더 날씬해지고 예뻐지면 하면서 전제 조건을 달고 있다.
그 조건이 충족되면 여행도 많이 다닐 것이고, 욕심을 내려놓을 것이며, 선행도 하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지금부터는 더 욕심부리지 않고 행복해야지" 하면서 하루아침에 어제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고 행복이고 미루다 보면 습관이 된다. 지금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나중에도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성이다. 내일은 또 어떤 문제가 생겨서 내 심신을 괴롭히게 될지 알 수 없다.
인생길이 끝나는 날까지 넘어야 할 산은 계속 나올 것이고, 건너야 할 물 또한 많을 것이다. 굽이굽이 풀어내야 할 문제투성이의 인생에서 언제 행복할 것인가? 다음으로 미루기만 해서는 영영 행복이란 신기루를 좇다가 말지도 모른다.
"행복에서 불행의 거리는 고작 한 발짝밖에 안 되지만, 불행에서 행복의 거리는 매우 먼 거리이다"라는 유대인의 격언이 있다. 불행으로 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행복해지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불행해지기는 순식간이지만 행복을 유지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사람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 몇십 배에 해당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행복은 대체로 긍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 있으며, 행복은 화목한 가정과 원만한 인간관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정말 그렇다. 가족이 빠진 행복은 반쪽짜리임이 분명하다. 나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삶의 기쁨이고 원동력이 되어 주는 사람은 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일생은 밥보다 행복을 먹고 더 튼튼해지고 아름다워진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선현의 말씀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행복할 방법은 단순하고도 명쾌해진다. 결국,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우리는 마음대로 맹추위를 따뜻하게 바꿀 수는 없지만 기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행복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내 생각에 달려 있고,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잣대로 재는 것이 옳다.
딸아이는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성실히 하고 있다. 더 큰 불행으로 번지지 않고 그쯤에서 그친 것에 감사한다. 감사함을 아는 겸허한 마음속에 행복은 깃든다.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남에게 빌릴 수도 없고, 도둑질할 수도 없는 행복은 지금 당장 내 마음이 선택하면 된다. 불행의 스위치를 끄고 행복의 스위치를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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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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