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치상)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기사 보강 : 19일 오후 5시 14분]
법원이 문화계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운동)를 촉발한 '연극계 대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유명인이 미투 운동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극단원 8명을 성추행한 혐의 등(상습강제추행 및 유사강간치상)을 받아온 이 전 감독의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반복적인 성추행 범행을 저질러왔다며 실형에 성폭력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10년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지난 2월 이 전 감독이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첫 보도가 나왔고, 모두 17명이 이 전 감독에게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안마를 지시받거나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 전 감독을 구속하고, 공소시효 등을 고려해 2010년 4월 이후 피해자 8명 관련 사실만 기소했다. 이 전 감독은 행위 자체는 인정했지만, 고의가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동의' 없는 신체접촉, 연기지도 아니다
19일 재판부는 피해자 8명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 25건 중 18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신체접촉을 중시한 연기지도였다는 이 전 감독의 주장을 인정하지만,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오랜 기간 다수에게 같은 방식으로 한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신체접촉이 이뤄진 정도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또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이들이 동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이 '연극계 대부'로 꼽힐 만큼 극단 내에서 우월한 지위였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스승으로 생각했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고,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줄곧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그들의 고통을 몰랐다'는 이 전 감독의 해명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의 추행으로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인정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자해행위를 했고, 그 증상이 확대·악화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다만 전체 공소사실 가운데 7건은 피해자 2명이 법정 증언을 하지 않는 등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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