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규탄하는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규탄하는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
신지수
견출지와 문구용 스티커 등을 생산하는 레이테크코리아는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직원 21명이 일하는 포장부를 폐쇄하고 직원 전원을 영업부로 전환배치했다. 이에 포장부 여성 노동자들은 서울 약수동 작업장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회사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휴대전화 카메라와 보디캠 등으로 찍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은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요청을 냈다. 이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은 고용노동부 올해 '2기 현장노동청' 안건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을 포장부에서 영업부로 발령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 바닥에서 포장 업무를 할 것을 지시했고 노동자들은 지난 12일부터 사무실 바닥에 앉아 포장을 했다. 노조는 같은 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변한 게 없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근로감독과 청장 면담을 요청하며 지난 18일 서울노동청을 찾았다가 부상을 입게 된 것이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 이필자 수석대의원은 울분을 토했다. 이 대의원은 "맨바닥에 신문을 깔고 포장 일을 했다"라면서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고 목과 어깨, 무릎까지 너무 아파 지옥이 따로 없었다.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다"라고 했다.
이 대의원은 "근로감독관이 와서 엉망진창인 상황을 다 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라면서 "일단 작업중지를 시켜달라, 작업 조건을 갖추고 포장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말은 '해 줄 게 없다'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참다 참다 노동청에 갔다"라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청에 찾아갔는데 노동청 직원들은 '여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 '당신들이 올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18일 현장에 있었던 금속노조 서울지부 김도현 수석부지부장은 "출입문 유리가 깨져 노동자 1명은 얼굴에 유리파편이 박히고 이마 쪽이 1cm 이상 찢어졌다"라며 "또 1명은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노동청 5층은 여성 노동자들의 피가 낭자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18일 밤 늦게 노조 관계자가 나영돈 서울노동청장을 만났고 청장이 상해 사건에 유감을 전하긴 했다"라면서도 "그래도 공식사과와 노동자 부상에 대한 배상,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노동청이 19일 오전 회의를 통해 이번 상해 사건과 레이테크코리아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라며 "노조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