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인플루엔셜
생존을 넘어 살아 있는 문화유산
'하루 단 500그릇만 파는' 서울의 하동관, '60년 전설의 면장'이 지키는 인천의 신일반점, '포장마차의 저력' 여수 41번집... 노포를 오래 취재하다 보니 어떤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이른바 '살아남는 집의 이유'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한결같음이다. 사소할 것 같은 재료 손질,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 거기에 손님들의 호응으로 생겨난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 서문
책을 읽다 보니 나만의 노포가 저절로 떠올랐다. 서울 남산에 갔다가 하산길에 꼭 들르게 되는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 장충동 태극당 빵집.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릴 때 저절로 발길이 머무는 행주산성 원조국수집. 고기와 진한 국물이 당길 때 가곤 하는 동네 대림시장 감자탕집. 모두 10년에서 20년이 넘게 다닌 곳들이다.
이 '늙은 가게'들의 장사법을 생각해보면 한 가지로 좁혀진다. 모두 단순한 메뉴와 우직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세와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이 심한 나라에서 이런 미덕을 유지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시대와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초조함에 많은 식당들이 요즘 잘 팔리는 새로운 음식, 신상 메뉴로 바꾸는 일은 흔하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대를 이었으나 선대만 못한 맛과 태도에 취재를 포기한 집도 여러 곳이었단다.
이 책의 부제,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이 되는 지점이다. 노포들이 옛 맛을 고집하는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래야 맛이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맛있기 때문에 전통을 고수한다. 아마 이것은 국내외 노포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책 속에 나오는 유일한 외국 노포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오모니'라는 동포 식당의 주인장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어떻게 하면 선대와 똑같은 음식 맛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