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제는 판문점 선언문 제3조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관련한 대목이다. 3조의 주요 내용은 남과 북의 불가침 합의 준수와 올해 안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한반도의 비핵화다. 남과 북의 불가침 합의 준수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한미 군당국이 매년 열리던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며 일정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전환,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북미간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회주의 경제 중심노선으로 전환하며 국가정책 차원에서의 노선 변화를 결정했고,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의 실질적 조치들을 단행했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평남 평성에 있던 ICBM 조립시설이 사라졌다고 보도됐다. 또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지난해 10월 건설됐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TEL) 관련 구조물도 해체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 행정부가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규정하면서 핵무기와 핵시설,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요청하며 협상을 난항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한 묶음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가.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한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 이마저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더 이상의 중단 계획은 없다면서 다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재개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러시아 등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제재와 압박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일 미 상무부는 북한에 방탄차량을 들여보냈다며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수출 제재 명단에 올렸다. 12일 미 국가정보국은 북한을 미국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하며 미 선거에 개입하는 외국기관, 개인 제재를 행정명령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급기야 17일 미 유엔대표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하며 대북제재 이행 방해행위와 관련한 긴급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진행하면 할수록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북 입장에선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너무 인색하다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북 비핵화 진전할수록 미 대북 제재·압박은 더 강해지는 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