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이희훈
연일 부동산 뉴스로 시끄럽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말고는 큰 이슈나 뉴스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은 우리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거지를 해결하는 일이자, 자산을 불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젠가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 살아서 좋겠다. 너네 동네도 많이 올랐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야. 작년엔가 매매하고 전세로 살면서 잠실에 집을 사놨어. 서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 자기 집에 사는 사람 없을 걸? 대부분 전세로 살면서 자기 집은 다른 사람에게 세 주는 거지."
그랬다. 서울의 집은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것이 되었다. 친구는 전업주부다. 나는 워킹맘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겨우 3시간 남짓이다. 올해 초 집이 있는 경기도로 직장을 옮기기 전에는 아이들 자는 얼굴만 보고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살면서 1년에 모을 수 있는 돈은 겨우 2천만 원 남짓이다.
하지만 전업주부인 친구는 아이들 돌보면서 부동산 투자로 얻은 수익이 수억 원에 달한다. 내가 10년을 모아도 모으지 못할 금액이다. 열심히 일했던 내 근로소득의 가치는 부동산 투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집값 상승 방치는 서민 모독"이라는 심상정 의원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평범한 사람들도 '부동산 투자'를 깨닫기 시작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서울 아파트는 서울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와서 투자를 했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 아파트를 사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 범위는 서울에서 경기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얼마 전 동생이 산본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서 집을 보러 갔는데 매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부동산 중개인 말로는 얼마 전 관광버스로 투자자들이 다녀가서 나온 매물을 모두 휩쓸듯이 계약을 했고, 현재 매수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조용하던 우리 동네도 들썩였다. 우리 동네는 용인의 주요 지역에서 많이 떨어진 곳이다. 아는 분이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를 하려고 부동산에 들렀다가 30평대 좋은 매물이 다 사라져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매매를 한 사람들은 실거주가 아니라 모두 투자자라고 했단다.
차근차근 집을 마련하고, 넓혀가려던 사람들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면서 너도 나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못한 지난 과거를 후회하기 시작했다. 집을 사려고 했다가 포기한 가족은 서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일만 해서는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은행에 월세를 내느니 대출 없이 전세 살겠다던 평범한 소시민들을 이젠 주변에서 볼 수 없다. 의식주는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 요소다. 생존을 위해서 부동산 정보를 모으고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 이유는 예로부터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가는 수단이자, 부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식보다 변동성도 적다. 주식은 한순간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실물 자산이 남는다.
주식 투자 정보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인 반면 부동산 투자 정보는 많이 공개되어 있고, 발품을 팔아 얻을 수도 있다. 노후에는 집 한 채로 연금이나 월세를 받을 수도 있으니 노후 대비용으로도 좋은 상품이다. 은퇴해서 자영업을 하느니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존에 대한 공포, 미래 노후에 대한 공포는 욕망을 낳았다. 그리고 공포를 바탕으로 한 욕망은 사람들을 부동산으로 달려들게 만들었다.
욕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부동산 거래에는 큰돈이 오고 간다. 서울에 살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한들 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가 없다.
결국 부동산 상승은 인간의 욕망과 돈이라는 재료가 만난 결과물이다. 그럼 이 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련하는 것일까? 8.2부동산대책으로 투기지역은 주택 담보대출도 규제되고 있는데 왜 1년간 계속 상승했을까?
내 근로소득으로 초라해지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