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논란 유해용 전 판사 소환압수수색영장 기각 후 자료를 파기해 증거인멸 논란을 일으킨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12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권우성
유 변호사는 검찰이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기각하는 사이 법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저의 안위를 걱정하는 고등학교 선배, 법대 동기, 연수원 제자 등 극소수에게만 보냈다"라며 "검찰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 조사를 받기 전에도 마치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에게조차도 호소하지 못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간 유 변호사는 "퇴임 이후 대법원 문건을 받아보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갖고 나간 자료에는 "판사생활이 다 담겨 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뒤 지난 2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하던 검찰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비선진료' 박채윤씨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들고 나간 혐의를 포착해 9월 5일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던 중 수사팀은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기밀자료 다수를 발견해 즉각 법원에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같은 날 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때 유 변호사는 검찰에 "해당 자료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 또 지인들에게 '나는 죄가 없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에는 "추억 삼아 (대법원 자료를) 갖고 나왔다"라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일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0일 오후에서야 '기각'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날 유 변호사는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파기했다고 통보했다. 행정처는 세 번째 영장이 기각된 뒤 "유 전 연구관에게 자료 제출을 문의했는데 '영장이 기각된 후 출력물을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이 영장 심사를 늦추면서 유 변호사의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줬다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 변호사 또한 11일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하여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는 보도가 나온 6일 이후 자료를 없앴다고도 했다.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유 변호사에게 통합진보당 문건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현직인 김 연구관은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