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 등대로 가는 길
김현
서실 어청도는 충남 보령시에 속한 섬 외연 열도와 가깝다 한다. 그래서 본래 충남에 속한 섬이었는데 전북 군산 소속으로 넘어오게 된 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당시 실세였던 김종필씨가 전북 지역에 해당하는 금산을 충남으로 편입시키고 외딴 섬 어청도를 전북에 편입시켰다 설도 있고, 1914년에 조선총독부령 제111호에 의해 충남 오천군 하서면에 속했던 어청도리가 군산시에 편입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거리상으로 어청도는 충남 보령과 가깝지만 지금은 군산 소속으로 되어 있어 어청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군산에서 배를 타고 방문하게 된 것이다.
어청도라는 지명을 얻게 된 사연도 이렇다. 한고조 유방과의 전쟁에서 패한 항우의 재상이었던 전횡이 군사를 이끌고 망명길에 오르다 작은 섬 하나를 발견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갇혀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푸른 섬을 보고 전횡은 배를 멈추게 했다. 전횡의 눈에 보인 섬은 푸른 빛깔이 중국의 청도를 연상할 만큼 인상 깊었던지 전횡은 이곳을 어청도라고 부르고 정착하였다고 한다.
아마 안개가 걷히면서 바라본 섬의 첫 인상에서 중국의 청도의 모습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민가 뒤쪽에 섬을 발견한 전횡을 모신 사당인 차동묘가 있다 하는데 가보진 못했다.
비를 벗 삼아 등대가는 길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잠시 쉬고 있는데 어청도 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박명수 목사에게서 어청도 등대 가자는 전갈이 왔다. 박 목사는 이번 여행에 함께 한 홍 원장의 지인으로 신학대 동기다. 박 목사는 직접 트럭을 운전했다. 우리는 트럭 짐칸에 몸을 실었다.
바람에 우산이 뒤집혀지려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어릴 때 소달구지를 타고 노는 것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왁자지껄 웃고 장난을 치다보니 등선 평평한 곳에 위치한 정자에 이르고 우리 일행은 모두 내렸다.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한단다.
뱀처럼 휘어진 길을 내려가다 작은 오르막에 다다르니 하얀 건물이 보인다. 등대지기들의 사무소다. 박 목사가 미리 연락을 취해놨는지 항로표지 관리소 소장이 차 한 잔을 주며 등대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해준다.
"지금 어청도 등대는 우리나라 등대 중에서 열 번째 이내에 드는 아름다운 등대일 겁니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강제적으로 병합하고 등대를 건설하게 됩니다. 어청도 등대도 그때 만들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