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
김지현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아래 인용한 회의록은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다뤘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회의록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 장면이다
위원장 OOO :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보면, '상여금,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임금' 이렇게 규정이 되어 있는데 우리 전문위원이 객관적 판단 기준을 법령에 명확히 할 것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 : "그 부분에 대해서, 조문에 대해서는 저희가 법사위 전문위원 의견안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위원장 OOO : "이렇게 전문위원과 노동부 간에 합의를 봤다고 그러는데, '상여금,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임금' 이렇게 합의를 봤다는데 동의하십니까?"
고용노동부장관 김영주 : "예, 그렇습니다."
위원장 OOO : "전문위원, 이 정도면 되겠어요?"
전문위원 □□□ : "예."
- 2018년 5월 28일 법사위 회의록
일반인들은 거의 그 존재를 잘 알 수 없는 '국회 전문위원'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전문위원이 지적했다" "전문위원과 노동부 간에 합의를 봤다고 그러는데" "전문위원, 이 정도면 되겠어요?" 등의 발언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위원은 당시 가장 첨예한 이슈였던 최저임금에 대한 합의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인 전문위원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 권한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발의된 법안이 타당한지 아닌지 검토해서 보고하는 것인데,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법안 통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비단 법안 검토보고만 하는 건 아니다. 예산과 결산에 대한 '검토보고'도 수행한다. 그리고 관련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행정부처 피심사기관들은 대체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수용'하는 자세로 심사에 응한다.
타이완은, 미국은 어떻게 '입법'하는가
심지어 우리보다 정치적 발전이 한 단계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는 타이완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체복무조례'는 2년여 동안 3건의 개정안이 발의돼 2016년 6월 3일부터 2017년 5월 19일까지 내정(內政)위원회에서 각각 세 차례의 1독을 거쳤다. 그후 두 차례의 위원회 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광범 토론과 축조심사의 두 차례 2독을 거쳐 위원회 심사보고서가 본회의에 넘겨졌고, 2018년 4월 3일 본회의의 3독을 통해 의결됐다. 물론 이 입법과정은 모두 의원들에 의해 직접 수행됐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에 넘겨지고 상임위는 먼저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 직속 관리예산처 등 행정부 관련 부처 혹은 의회 내 회계감사원의 의견을 묻게 된다. 그러나 이 의견은 참고사항으로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은 대부분 소위원회에 넘겨져 심의되는데, 소위원회에서 청문 절차 등을 완료하게 되면 마크업(markup)으로 알려진 축조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조문별로 이견이 있는 견해들에 대해 세부적인 검토와 표결이 이뤄진다.
전체 상임위는 소위원회의 이 검토보고를 기초로 찬성, 폐기, 무기한 연기 등을 결정한다. 이후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본회의에 보고한다. 물론 상임위원회에서의 이 모든 활동은 의원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한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의 심사보고서에는 수정안 및 위원회 수정 의견을 비롯해 법안의 취지 및 주요 골자, 법안의 내용, 위원회 심사결과 요약, 위원회 심의경과 및 내용(청문회 및 축조심의 내용), 법안의 필요성과 그 배경, 법안에 대한 조문별 위원회 의견이 담긴다.
또 법안 조문별 내용 분석, 법안의 취지에 대한 위원회 의견, 법안에 수반되는 소요예산 추계, 세출 집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정책 집행상의 소관위원회 감독의견 및 권고안, 정부개혁위원회의 감독의견 및 권고안, 의회예산처의 비용분석과 재정영향 평가, 행정부 입장 및 의견, 수정조문 대비표, 투표 결과 기록, 보충의견, 소수의견 및 부대의견, 지방정부에 재정 부담을 주는 경우의 부담예산 추계 등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된다.
본회의 참석만이 중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