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질하는 김목수님. 자르고 깎고 다듬고. 나무는 이렇게 몇 단계를 거쳐 이 집의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 황우섭
황우섭
목수들은 도시형 한옥에서 일하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기도 한다. 아무래도 작은 살림집 한옥의 시장 수요는 아직 크지 않으니, 이 규모에 맞는 일을 능숙하게 하는 분들이 아주 많지도 않다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한옥의 목수를 찾는 현장은 주로 문화재를 수리하는 곳이었다.
문화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러니 보기에 멋지고, 전통 구조에 충실하게 맵시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모기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도시형 살림집 한옥은 사람이 살 집이니 그래서는 안 된다.
난방과 단열도 고려를 해야 하고, 심지어 방충망도 달아야 한다. 뭘 볼 줄 모르는 나 같은 집주인은 속이야 어떻든 무조건 보기에 예뻐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 그다지 편치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일할 공간도 좁아 불편한 데다가 당연히 소음과 먼지로 주위에 폐를 끼치게 되는데, 혹시 이웃분들이 찾아와 항의라도 하는 날에는 일이고 뭐고 공연히 욕만 먹고 기분 상하기 일쑤다. 게다가 이웃집과의 경계도 애매한 경우가 많아 마음껏 솜씨를 뽐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날아갈 듯한 처마의 곡선을 만들고 싶지만, 옆집 지붕과 딱 붙어 있는 지붕의 끝을 놓고 보면 그런 처마의 곡선은 언감생심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넓은 마당 있는 집에서 여유를 부리며 솜씨도 한껏 부려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기야 클 것도 같다. 이런 여러 애로사항을 견디느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이분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단한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노동의 신성함에 절로 목례가 나오는 현장
집의 뼈대를 세우고 구조를 만들어내는 목공팀은 주로 서너 명이 한 팀을 이룬다. 우리집처럼 작은 집이라도 평균 한 달은 예정해야 한다. 집 상태가 부실하거나, 손 봐야 할 것이 많은 경우는 당연히 더 걸릴 테고, 비가 많이 오거나, 올여름처럼 너무 심한 더위가 이어지면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기계처럼 정해진 일정대로 착착 진행할 수가 없고, 그것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누구를 딱히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을 모아서 일을 할 수도 없다. 이들이 운신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이분들 손끝만 바라볼 처지다. 보고 있는 사람 속이 바짝바짝 마른다.
보고 있는 사람은 물론 나만이 아니다. 우리집 설계를 해준 선한공간연구소 엄현정 소장님도 올 여름 무척 고단했을 것이다. 공사의 총 책임자인 서울한옥 대표 황 목수님은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집을 짓는 게 왜 노화를 촉진시키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진도는 조금씩 나가고 있었다. 나무라는 것이 한 번 자르면 다시 붙이기 어려우니 서로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그야말로 원팀의 숙련도가 현장의 속도와 집의 구조를 좌우한다.
현장에서는 흔히 '오야지'라고 부르는 목공 책임자와 두세 사람이 하나의 현장을 맡아 진행한다. 우리집의 경우에도 그랬다. 급할 때는 다른 한 팀이 더 와서 해주기도 하셨지만 대부분 한창봉 대목과 장 목수님, 박 목수님, 김 목수님 이렇게 네 분이 우리집의 목구조를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