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씨 성을 가진 70세 할매'라고만 밝힌 주인이 40년이 넘는 레코드점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학용
외부에 써 붙인 '트와이스, 워너원, 방탄소년단 있음'이라는 글귀가 아니었으면 그곳은 딱 골동품 음반 전시장 같았다. 가게 밖에 걸린 걸그룹 포스터와 브로마이드는 몇 년이나 지났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몇 걸음을 안으로 옮기자 벽에는 최신음반 대신 수십 년의 세월을 담은 엘피판과 카세트테이프만 빼곡하다.
그랬다.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고 하지만 이곳에는 4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아날로그 감성의 온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빛바래고 비닐이 뜯긴 수천 장의 카세트테이프, 총천연색의 표지가 아예 흰색으로 바뀐 엘피판, 20년도 넘은 듯한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DVD들은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여기 와서 신곡 CD 찾는 젊은 사람들도 있어. 또, 뽕짝 찾는 동네 할매들도 있어 굶어 죽을 정도는 아냐."
겨우 두서너 마디가 오갔을 뿐이었지만 의욕은 20대 청년 못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레코드 가게를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걱정에 그래도 평생을 했던 일이고 지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관심을 가져 오히려 고맙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