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유물의 보고.라피데르 박물관에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석조 유물들이 풍부하다.
노시경
석재 세공을 뜻하는 '라피데르(Lapidaire)'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박물관답게 돌로 만들어진 섬세한 조각 작품들이 박물관의 전시공간 안에 풍부하게 소장되어 있다. 특히 아비뇽 선사시대의 유물, 고대 이탈리아 에트루리아(Etruria)의 고고학 유물들은 지역과 시대별로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로마시대의 프랑스 지역인 갈리아를 뜻하는 골(Gaule) 지역에서 나온 조각품도 볼 수 있다. 작은 청동상, 유리 제품, 금 장신구, 테라코타 등잔 등 갈로 로마시대의 유물도 별도로 진열돼 있다. 이 갈로 로마시대의 유물은 19세기 보클뤼즈(Vaucluse) 지역에서 칼베(Calvet) 재단이 집중적으로 발굴한 유물들이다.
교회 중앙부의 오른쪽에는 고대 이집트의 조각품까지 전시되어 있고, 이집트에서 뜯어온 무덤의 벽면까지 전시되어 있다. 남의 나라에 가서 마치 채집하여 오듯이 가져온 무덤 유물들을 큰 박물관 안에서 버젓이 전시하고 있는 이 사람들의 배짱도 놀랍기만 하다.
이집트 채색 벽화, 파라오상과 함께 파라오를 모시던 신하의 초상화에서는 이집트 미술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이집트에서 죽음의 의식과 관련하여 사용하던 유물들이 주목을 끈다. 석관, 무덤 장식품, 묘비, 제사상(祭祀床), 관 속에 넣은 인형(ushabti) 등이 전시 중이다.
특히 미라를 만들 때 쓰던 카노푸스 단지(Canopic jars)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부활 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을 썩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일찍부터 미라를 만들었다.
그들은 미라를 만들면서 끄집어낸 허파, 간, 창자, 위장을 분류하여 각각 네 개의 용기에 나누어 보관하였는데 이들을 카노푸스 단지라고 불렀다.
카노푸스 단지는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신인 호르스(Horus)의 네 아들을 상징하는 송골매, 비비 원숭이, 자칼, 사람 얼굴이 뚜껑에 장식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서도 단지의 뚜껑 위에 동물이나 사람 얼굴이 장식된 항아리에는 이집트 인들의 내장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조각품들은 바로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다. 신들이 그려진 물병,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그릇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박물관 입구 왼쪽에는 고대 그리스의 꽃병과 항아리 등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놀랍게도 그리스의 항아리들은 저 멀리 그리스의 아테네 등에서 온 작품들이다. 자세히 보고 있으면 항아리를 만들 때 사용된 기술도 다르고 용도도 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