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완전식품은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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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무수한 세포들로 이뤄져있고 세포에는 핵이 있다. 핵 안에는 막대모양의 염색체가 있는데, 얇은 두 가닥의 실이 차곡차곡 쌓여 길쭉한 모양을 이룬 것이다. 이 두 가닥의 실을 DNA라 부른다. DNA가 실이라면 염색체는 실타래이다.
DNA는 한 생명의 모든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나는 아주 까만색의 곱슬머리에 눈에는 쌍꺼풀이 있고 어깨가 좁고 키가 작은데, 부모님이 물려주신 DNA의 명령을 잘 따른 결과다. 내가 남과 다르게 생긴 것도, 내가 고양이가 아닌 것도, 다 DNA 때문이다.
고양이의 털 색깔과 줄무늬 유무는 아홉 개의 유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길고양이는 대부분 '코리안 쇼트헤어'라 불리는 품종이다. 줄임말로 '코숏'이다.
코숏은 하얀색, 노란색, 검은색의 세 가지 색깔의 털을 가지고 있다. 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올블랙' '젖소' '치즈' 등으로 불린다. 올블랙은 검은고양이를, 젖소는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를, 치즈는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를 말한다. 회색 몸통에 고등어처럼 줄무늬가 있는 털이 난 '고등어태비'도 있다. 털 하나하나를 줄무늬로 만드는 유전자나 하얀색 얼룩무늬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면 줄무늬가 나타난다.
털 색깔이 검은색이냐 노란색이냐를 결정하는 건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이다. 하나의 X염색체는 검은 털, 노란 털 중 한 가지 색깔의 유전자만을 가질 수 있다. 암컷은 X염색체가 두 개, 수컷은 한 개다. 그래서 암고양이에겐 검은 털이나 노란 털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지만 수컷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얀색은? 엄밀히 말하면 하얀색은 색이 아니다. 물감에는 하얀색이 있지만 자연계에서 하얀색은 대부분 '색이 없음'을 뜻한다. 백합은 하얀 색소 때문에 흰 것이 아니라 아무 색소가 없어 하얗다. 고양이 몸의 어느 부분에서 털 색깔 유전자가 비활성화 되면 하얀 털이 나오는 것이다.
"삼색고양이는 모두 암컷이다." 99퍼센트 맞는 말이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다. 생물계에는 늘 변종이 존재한다. 소수지만 삼색고양이도 수컷이 있고, 때론 암수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체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은 지구 환경에서 같은 종 내의 개체들이 서로 다양성을 띨수록 그 종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은 커진다. '다양성'을 아직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건 오직 인간계, 아니 '어떤 인간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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