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간 달렸던 병주씨의 자전거수많은 고개를 넘었고 여러번의 펑크를 해결해야 했다.
김길중
용감하게 길 나선 한 청년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23살의 밀양 청년 권병주씨의 여행을 소개해보고 싶어 블로그를 뒤졌고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캐물었다.
병주씨는 무더위가 한참이던 7월 26일 자신의 집이 있는 밀양을 출발해, 통영, 남해, 구례, 보성 등을 통해 남해안을 훑었다. 한밤중에 목포에 도착한 그는 그 길로 제주로 향하는 배에 자전거를 실었고 마라도와 우도가 포함된 4일간의 일정을 돌아 다시 목포로 왔다.
영산강을 타고 광주를 거쳐 전주에 올라갔고 다시 보령, 화성, 인천을 거쳐 스스로가 반환점으로 삼은 임진각까지 달렸다고 한다. 서해안도 그가 달린 길이 되었고 이제 서울에서 한강과 북한강을 달려 춘천에 도달했다. 여기서 다시 험난한 강원도의 산과 고개를 넘어 진부령을 넘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통일 전망대를 찍고 동해안을 달려 자신의 고향인 밀양으로 달렸다.
모두 28일간의 여행을 마친 것은 8월 22일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어떻게 관통할 것인지 설왕설래하던 시간이었다.
수건 석장, 속옷 세벌, 베개 등과 텐트를 자전거 뒷바퀴 위에 걸쳐 짐을 꾸렸다. 현금 10만 원을 챙기고 출발한 그는 '지금은 자전거 전국일주 무전여행 중'과 '에라 모르겠다~ 일단 저질렀으니 가즈아~!!!'라는 문구를 인쇄소에서 만들어준 깃발에 담았다. 그리고 깃발을 뒤에 달고서 호기롭게 출발했다.
그가 초반에 설정한 여행의 원칙은 식당에 가서 자신의 신분과 여행 취지를 설명하고 얻어먹은 만큼의 일을 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잠은 가져갔던 텐트를 공원이나 정자 같은 곳에 치고 노숙하는 식의 일정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자전거로 무전여행 하는 대학생입니다. 실례하지만 청소나 잡일 같은 일손을 도와드리고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용기를 내어 말을 내뱉었고 초반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8번 거절당하고 9번째 만에 성공한 마산 어느 식당에서의 이야기도 사실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이고~ 이 더운 날에 뭔 쌩 고생을 하노? 퍼뜩 앉아라, 밥 갖다 줄꾸마"라고 말한 식당 여사장님의 타박처럼 젊은 청년이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니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자식에게 먹이는 심정으로 내어준 경우가 더 많았을 것 같다.
실제 병주씨가 얻어먹은 대가로 일을 해준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개는 짠해서 음식을 내주고 도와줄 일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마음을 써준 한 끼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병주씨에게 마음을 써준 사람들은 다양하였다. '식사를 줄 수는 없고 밥과 김치를 내줄 테니 가져가서 먹으라고 한 사람도 있었고, '군대식으로 물을 봉지에 담아 불려 먹는 라면을 먹으려 하니 물 좀 데워 주십사' 하는 궁상에 라면을 끓여주고 김치와 밥을 내준 경우도 있었다. 물론, 거절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병주씨는 원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청한다고 그들이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니깐~'
식당을 찾아 '밥을 얻어먹고 대가로 일을 해 준다'와 '텐트에서 야영하기'가 중심이 되었던 초반의 전략이었다. 날이 거듭되면서 지치고 힘에 부침을 겪었고 스스로와의 싸워낸 결과로 수정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을 지금처럼 망설이며 부끄러워하다가 더 이상 여행을 지속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남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나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물었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