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2017.8.2).
이희훈
'8.2대책'이 발표된 이후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에는 '신혼부부 주거 안정' 등 사회적 주거약자를 위해 '11.29대책', 즉 '주거복지로드맵'을 내놓는다. 주거복지로드맵의 핵심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고령층 등 연령대나 소득수준에 따른 맞춤형 주거 지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수서, 경기 과천 등 주거여건이 좋은 37곳에 짓는 신혼희망타운 7만호를 시세보다 20~30% 싸게 공급하는 계획도 들어있었다.
부실한 장기 근본 대책이 문제다
이렇게 효과적인 단기 시장 조절대책도 내놓고 괜찮은 주거복지대책도 제시했는데, 어찌해서 부동산 값이 급등하고 있는 걸까?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두는 지역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규제가 약해서일까?
그건 아니다. 정부가 투기지역 확대 등이 포함된 '8·27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더 뛰고 있다. 그러면 공급이 부족해서일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공급부족론으론 박원순 시장의 개발플랜 발표와 연관 있는 용산(1.27%)과 영등포(1.14%) 마포(1.17%)등의 상승률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아파트가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폭등은 투기수요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93.7%에서 10년 후인 2015년 96.0%로 증가했지만, 자가보유율은 같은 기간 44.6%에서 41.1%로 하락했다는 것에서도 공급부족이 원인이 아님이 확인된다.
늘어난 주택을 다주택자들이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공급부족론에 기대어 신규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투기주택 혹은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공급 대책'이 필요한 때다.
그렇다.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장기 근본 대책이 매우 부실하다는 데에 있다. 단기 시장 조절 대책만으론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장기 근본 대책의 핵심은 불로소득 환수비율을 높이는 것이고 그것의 핵심 수단이 보유세 강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보유세 강화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장기 근본 대책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는 것은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에서도 드러난다. 임대주택 양성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다시 말해서 보유세를 점진적이고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책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근본 대책을 '부수적 대책'으로 취급한 것이다.
집권 초기에 내놓았어야 할 보유세 강화 대책, 서둘러야 한다
본래 보유세 강화와 같은 중요한 대책은 집권 초기, 즉 정권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았을 때 내놓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가 입법화된 것이 집권 3년차인 2005년 말이었다는 것에서 문재인 정부는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
그런데 1년 동안 질질 끌더니 결국 내놓은 게 고작 0.74조 원의 증세안이다. 0.16%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겨우 0.18%, 즉 0.02%p 올리겠다는 안이다. 이것을 보고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이 어느 정도일까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부동산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원순 시장의 개발플랜이 발표되자 종부세 대상이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부동산값이 폭등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