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4거리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최윤석
위 이야기는 기자가 2012년 5월 쪽방촌 공동체 활동을 할 때 상담했던 분의 사연이다.
부양의무제란, 일정한 재산과 소득이 발생하는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정부는 중위소득의 30∼50% 이하 가구에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소득인정액이 수급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직계가족 등 부양의무자가 일정한 소득·재산이 있으면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법률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가족과 인연을 끊어야 하며 근로능력을 평가받아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장애인계는 2012년 8월 25일부터 2017년 9월 5일까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광화문 지하철 역사에서 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는 농성을 했다. 정권이 바뀌자 보건복지부는 오랫동안 '적폐'로 지적받은 부양의무제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7년 8월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을 찾았다. 그리고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탈시설'을 약속했다. 현장 농성자들은 그 약속을 믿고 1842일간의 광화문 농성을 중단했다.
올해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제가 폐지된다. 재산이 있는 부모가 있거나, 소득이 있는 자녀가 있어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급 대상 기준은 소득과 재산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소득인정액으로 판단한다.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인 가구이며, 2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인정액이 122만 원, 4인 가구는 194만 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주거급여 신청은 8월 13일부터 9월 28일까지 주소지 관할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하면 되고, 선정이 되면 10월 20일부터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생계급여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했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제는 2022년에 폐지하기로 했다. 언론은 이를 '단계적 폐지'라 명명했다.
오랫동안 부양의무제의 족쇄에 걸려서 형편이 어려워도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부양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국가는 모른 척 했던 문제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 그만큼 지난한 싸움을 통해 이룬 결과이기에 의미가 크다.
홈리스에 자활 의지를 불어넣어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