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청소노동자들의 열대야는 우리보다 뜨거웠다. 밤새 틀어 논 에어컨 전기료 걱정으로 시름에 쌓여 있는 사이 그들은 물을 벌컥 벌컥 마시며 밤새도록 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충북인뉴스
"진짜 죽을 것 같구나. 여기가 지옥이다. 겨우 첫 차 끝났는데 탈진! 팔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머리도 아프다."
"물을 3통이나 마셨고 땀은 그것보다 더 흘린 것 같은데 일은 아직 한참을 더해야 할 듯 하다. 아마 해 뜨면 끝나려나?"청소노동자들의 열대야는 우리보다 뜨거웠다. 밤새 틀어놓은 에어컨 전기료 걱정으로 시름에 싸여 있는 사이 그들은 물을 벌컥 벌컥 마시며 밤새도록 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쓰레기가 제대로 치워지지 않으면 세상은 야단법석이 된다. 올해 초 재활용폐기물 수거거부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언론들은 '쓰레기 대란(大亂)'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아니 투명인간이기를 요구한다. 우선 낮에 일해선 안 된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들이 낮에 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낮에 일하면 "주변 미관을 저해한다"거나 "출퇴근 시간대 교통제출의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참고로 심야노동은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투명인간처럼 심야시간대로 숨었지만 이것도 만만찮다.
"지금은 9월이라 지금은 좀 덜하지만 한참 여름에 문을 열어놓고 잠을 들곤 했죠. 그런데 새벽 1시 45분쯤 되면 청소차가 와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십니다만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다 깰 정도입니다. 3살배기 아이도 있는데 몇 번 깨서 울었구요. 무슨 이유가 있으니 새벽 2시경에 수거를 하겠지 생각했습니다만 새벽 2시는 아니라고 봅니다"(모 지자체에 제기된 항의 민원 글)
"하절기 창문을 열고 자는 주민들이 새벽에 소음으로 인하여 수면이 방해된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 옵니다. 청소의 특성상 새벽에 할 수밖에 없는 줄은 압니다만 장소를 옮긴다든지 소음을 줄여서 주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요?" ( 모 아파트관리소장이 ○○ 구청에 제기한 민원)
민원인들은 불편하다.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려 잠못 든 이들에게 새벽 잠을 깨우는 청소차의 소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해법도 제시했다. " 새벽 3시경으로 너무 이른 시간에 운영된다 → 수거시간 변경 필요. 작업시 소음통제가 필요하다 → 작업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인엔 유독 친절하다. 곧바로 답변을 낸다. "○○아파트내 새벽시간대 생활폐기물 수거차량의 소음으로 인해 불편을 드린 사항에 대해 사과말씀 드립니다"라며 "수거업체에 아파트 단지 외부에서 수거차량을 가동하여 수거 작업 시 최대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안내했다.
어느 청소노동자의 열대야 일기이번 여름은 청소노동자에게 얼마나 더웠을까? 충북 청주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는 한 청소노동자는 SNS에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여름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3일 그는 "물을 3통이나 마셨고 땀은 그것보다 더 흘린 것 같은데...일은 아직 한참을 더해야 할 듯하다. 아마 해 뜨면 끝나려나?"라고 적었다.
일주일 뒤 그는 "어제는 밤에 쓰레기 치우다가 그야말로 팔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덥고 힘들었다. 아마 땀을 너무 흘려서 탈진 직전이었던듯 싶다. 물을 4병이나 벌컥벌컥 마셨지만 갈증은 해소가 안 된다. 땀은 그야말로 폭우처럼 떨어져서...여튼 간만에 지옥구경"이라고 했다.
며칠 뒤에는 이렇게 적었다.
"진짜 죽을것 같구나. 여기가 지옥이다. 겨우 첫 차 끝났는데 탈진! 팔다리가 후덜덜 하고 머리도 아프다."여름이면 심해지는 민원인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적었다. 그는 "폭염이니 만큼 음식물이 금세 상한다. 구더기가 들끓으니... 단 하루! 아니 조금만 늦게 치워도 민원이..."라고 했다.
이어 "분명 자신들이 스티커 부착을 안 해서 치우지 않은 것인데도 무조건 욕부터 한다. 민원을 선사하는 시민 덕에 쉬는 건 꿈도 꾸지 못 한다"라고 적었다.
태풍과 함께 비가 내렸던 최근에는 "젖은 장갑을 일하는 내내 꼈더니 엄지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서 쓰리다. 큰 상처도 아닌데 피부가 벗겨지니 불편하다"란 말을 남겼다.
하루 뒤에는 "어제 밤에 일하다가 차에 무릎을 치였다. 일하는데 시동 켜놓고 서있는 승용차 바로 뒤에 있는 쓰레기통을 치우다가 후진하던 차에 아주 살짝 부딪혔다. 무릎이 살짝 다치고 피가 살짝 배어나왔다"고 했다.
그는 "일하는 내내 덥고 더워서, 또 엄청 귀찮기도 하고 바빠 죽겠는데 더 말하기도 귀찮아 운전자에게 '앞으로 조심 운전하세요'라고 하고 왔다. (그런데 지금) 무릎이 살짝 아프고 불편하다. 음! 뼈에 멍이 들었나?"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