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온통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가 한둘이 아니다. 일례로, 9월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정권 내부서도 제기된 소득주도 강행에 대한 우려'는 이렇게 말한다."대다수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들이 '소득주도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고 한다.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꺼지며 서민경제가 식어가고 있다. ······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기업 이윤을 증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자 소득을 높이겠다는 기존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은,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노동자의 삶이 피폐해진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각 가정의 가계소득을 직접 높여주는 소득주도 성장은 양극화를 없애고 노동자의 삶을 개선시킴으로써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감추고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문제를 오로지 소득주도 성장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위 사설은 약간은 양심적인 것처럼 보인다. 위 인용문의 바로 다음에 아래의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모두가 '소득주도'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구조적 문제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경기의 불기가 미약한 상황에서 '소득주도'가 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이견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구조적 원인도 많이 있다고 살짝 알려줬다는 점에서, 약간은 양심적인 보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구조적 원인들이 소득주도 성장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자기 논조에 이견을 달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처럼 말했다는 점에서, 사실은 대단히 비양심적인 보도다. 오로지 거짓만을 알려주기보다는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서 알려주는 게 독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한국 경제는 북한 경제와 다르다. 북한 경제는 대외의존형이 아니라서 미국이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자립형 경제에서 뭔가 중대한 문제점이 나타난다면, 나라 밖보다는 나라 안에서 원인을 찾는 게 순리적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자립형이 아니라 대외의존형이므로, 중대 문제점이 나타나면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일차적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한국 경제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경제를 수출 주도형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 산업의 수출화'라는 한문 서예 글씨까지 남긴 인물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어서 수출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유명한 논리도 그에 의해 확산됐다. 죽기 1년 전인 1978년 펴낸 <민족중흥의 길> 제4장에서 그는 1973년 시작된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을 언급하면서 대외 의존적인 한국 경제 구조에 관해 말했다."산유국을 제외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려운 역경 속에서, 이렇다 할 부존자원도 없이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동양의 한 전통사회가 그처럼 줄기찬 고도성장을 지속한 것은 우리 국민의 저력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을 새롭게 하였을 뿐 아니라 민족중흥을 향한 우리의 앞날에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케 해준 귀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박정희도 인정했듯이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경기의 호·불황 여하는 일차적으로 외부적 요인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현재로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침체 요인을 일차적으로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박정희가 쓴 ‘전 산업의 수출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우리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외부환경우리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외부환경은 일차적으로 세계무역이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무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때문에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역이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역 여건도 함께 악화됐다. 대외의존형인 한국 경제에 상처를 주고도 남을 만한 요인이다. 여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한국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에 유입된 달러 자금이 비싸진 미국 금리를 좇아 한국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6월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경제주평>은 한국의 대외경기를 하강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언급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을 거론했다."대외 경기 하강 리스크 조짐: 유럽의 정정 불안과 경기 위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될 경우, 외환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점증되는 글로벌 테일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미국 쪽에서만 켜진 게 아니다. 유럽에서도 커졌다. 2017년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세계 무역둔화의 구조적 요인 분석과 정책 시사점'이란 정책연구 브리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요약형 논문이라 '~한 것으로 보임' 식으로 문장이 끝난다."특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경제가 수입 수요를 크게 줄인 것이 세계무역 둔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임."또 한국 상품을 대량 구입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빨간 신호가 커졌다. 위 논문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오던 중국 경제는 그동안의 수출 지향적 성장전략을 벗어나 내수 위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중간재와 투자재에 대한 수입 수요를 줄이고 소비 지향적 성장을 하고 있음. 중국 경제의 리밸런싱은 공급 측면에서 광공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의미하며 외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요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중국의 수입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對)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행한 ‘정책연구 브리핑’ 표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처럼 한국의 핵심 거래처인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적신호가 커져 있다. 박정희가 언급한 대로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형이므로, 지금의 한국 상황을 설명할 때는 이 같은 국제적 환경을 먼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다른 구조적 문제도 많이 있다"고 했다. 달랑 한마디뿐인 이 문장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지금 한국 경제가 겪는 곤란의 주된 원인이 세계 무역환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전망이 좋지 않으니 기업들도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은 이런 진실을 숨기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주 원인인 것처럼 독자들에게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진정으로 경제를 위하고 국민 가계를 염려한다면, 경기침체와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국민들한테 올바로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사실과 전혀 다른 뉴스와 정보를 국민들의 눈과 귀에 넣어주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진짜 관심사가 경제 살리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 추천32 댓글9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4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김종성 (qqqkim2000) 내방 구독하기 트위터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이 기자의 최신기사 대통령 끌어내린 결정적 사건... 역사 교과서에선 지워질 판 편집 장지혜 (jjh9407) 내방 구독하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첫 사체부터 플라스틱 나와" 충격적인 150분짜리 경고 구독하기 연재 김종성의 '이 뉴스 진짜야?' 다음글8화우리법연구회가 '사법부 하나회'? 한국당 잘못 엮었다 현재글7화'조선'도 양심고백 하게 만든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 이전글6화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띄우는 보수언론, 그 검은 속내 추천 연재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용기 낸 하니의 '눈물', SNL은 꼭 그래야 했나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조선'도 양심고백 하게 만든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9화원숭이 부대가 정말로 일본군을 격파했을까? 8화우리법연구회가 '사법부 하나회'? 한국당 잘못 엮었다 7화'조선'도 양심고백 하게 만든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 6화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띄우는 보수언론, 그 검은 속내 5화조선 '개성남북사무소 제재위반' 보도, 의심스럽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