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2018.8.27)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7억 5739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올 1월과 비교할 때 무려 5239만 원(7.43%)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5년 6월에 5억 원, 2017년 4월에 6억 원을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급기야 8월 27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무려 0.45%가 상승했는데, 이는 6년 3개월만에 최고치다. 이제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건 소득 5분위에 해당하는 중상층이 아니면 언감생심인 일이 됐다.
공급이 부족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다는 새빨간 거짓말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상승원인에 대한 분석도 난무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풀면 '서울은 아파트가, 그 중에서도 신규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한데, 소득이 크게 늘어난 상위 20%의 사람들이 서울 신규 아파트 구매에 대거 나서자 수급이 극단적으로 불일치해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물정 모르고 수요를 억제한답시고 오히려 공급을 줄이는 정책실패를 거듭 중이다. 그러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른다' 정도 될 것이다.
〈중앙〉의 '379만 가구에 164만 채 뿐 … 서울 아파트는 늘 부족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공급부족론을 매우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기사를 요약하면 '서울의 올해 가구수는 379만가구인데 서울의 가구 수 가운데 연소득 1억이 넘는 상위 20%만 헤아려도 75만 8000가구다. 전국으로 따지면 400만 가구가 연소득이 1억이 넘는다. 그런데 서울의 아파트 총량은 2016년 기준으로 164만 채에 불과하다. 상위 20%가 선호하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아파트를 합쳐도 50만채가 안 된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중산층 선호 지역에 대한 수요는 폭발하는데 서울의 아파트 추가 공급량은 작년 기준 예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2만 가구 남짓이고, 강남권은 순감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급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일변도의 수요 억제 정책을 고수해 오히려 공급을 막았다. 그러자 시장이 가격폭등으로 대답하고 있다' 정도 될 것이다.
기실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런 류의 공급부족론은 버전만 달리했을 뿐 항상 반복됐다. 참여정부 당시 버블 세븐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에도 '비대' 언론과 '건설족'들은 입만 열면 공급부족론을 외치곤 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른바 '강남벨트(강남, 서초, 송파)'에 중대형 평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 이를 보완해주리라 여겼던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물량이 애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아파트 가격이 중대형 평형 위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여파가 양천, 분당, 용인, 평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는 이제라도 보유세 등의 세금을 통해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생각을 접고 강남과 판교 등에 중대형 평형 아파트를 대거 공급해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어떤가? 놀랄 정도로 닮지 않았는가? 참여정부 당시의 공급부족론이 강남벨트의 대형평형 아파트 공급부족론이었다면 지금의 공급부족론은 '돈이 넘쳐 주체 못하는데다 서울 요지에 새 아파트를 사고 싶어 몸이 단 상위 20%의 수요+강남벨트 및 마용성의 아파트 물량 부족+새 아파트 물량 부족'으로 버전이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 폭등이 투기적 가수요와 과잉 유동성의 결합 때문이었듯, 근래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도 투기적 가수요와 과잉 유동성의 결합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과 자가소유율 통계를 보면 유의미한 실마리가 잡힌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93.7%에서 2014년 97.9%로, 강남구는 2005년 93.7%에서 2014년 97.4%로, 서초구는 2005년 94.9%에서 2016년 100.1%로 각각 늘었고, 송파구만 동기간에 0.4%가 줄었을 뿐이다. 반면 서울의 자가소유율은 2006년 44.6%, 2008년 44.9%, 2010년 41.2%, 2012년 40.4%, 2014년 40.2%로 오히려 크게 뒷걸음질쳤다. 즉 서울의 경우 주택은 늘어났는데 소유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그건 누가 봐도 다주택소유자들이 주택소유를 늘렸다는 뜻이다. 이런 걸 '투기'라고 부른다.
또한 가계신용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비중과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8년 311조 1,584억 원에서 2012년 404조 1,833억 원을 거쳐 2016년 545조 8,396 원으로 폭증했다. 2008년부터 2016년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기다. 주목되는 건 경제정책이라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뿐이던 이명박 정부 시기 93조 원 가량 증가했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가 박근혜 정부 4년간 무려 141조 원이상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빚 내서 집 살 것을 사실상 강요했던 박근혜와 최경환은 이명박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뤄낸 것이다.
시중의 유동성은 올 2분기 통화량(M2)이 2600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100%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기할 대목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점이다. 흔히 강남불패라고 알려져있지만, 강남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아파트 매매가가 크게 떨어진 경험이 있다. 심지어 2011년 같은 경우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2%하락한데 비해 강남.송파.강동구는 3.41~4.69% 하락해 낙폭이 훨씬 컸다. 뿐만 아니라 2012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6.6%하락하며 휘청거리는 동안 강남구는 무려 9.46%,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는 7~10%가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