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잘 익은 아로니아와 단풍이 든 이파리가 가을임을 보여준다.
김민수
입추가 지나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만 태풍 소식으로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했다. 태풍 끝에는 장맛비보다도 더 지루한 폭우가 내려 사계절이 뚜렷하던 금수강산도 이젠 추억의 옛말인가 싶었다.
여간해서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도시에서 벗어나 강원도 양구의 한 아로니아 농장에 섰다. 검게 익어가는 아로니아 열매와 단풍든 이파리를 보면서 '가을이구나!' 비로소 느끼고, 수확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흘리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시원한 산바람에 가을을 실감했다.
곳곳에 가을이 펼쳐져 있는데, 그 작은 열매와 꽃마다 이른 봄의 꽃샘추위, 찌는 듯한 여름의 햇살, 준엄한 태풍과 지루한 장맛비, 농부의 발걸음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들어있다. 쌀 한 톨에서 작은 풀 하나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말이 무색하지 않은 들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