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희씨가 얼마전 구조한 튼튼이를 안고 있다.
이재환
- 언제부터 길고양이를 돌보게 되었나."만 4년 된 것 같다. 돌아가신 엄마가 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그때 집근처에 살던 고양이들이 찾아 왔다. 밥을 달라고 울기도 했다. 빵과 우유, 밥 한 덩어리를 나누어 준 것이 시작이다. 엄마 때문에 병원을 자주 오가다 보니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기가 어려웠다. 병원에 가면 고양이들이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건식 사료는 밥이나 빵처럼 쉽게 상하지 않는다.)"
- 올 여름은 상당히 더웠다. 고양이들도 힘들었을 텐데, 고양이들의 상태는 어떤가.
"어미들은 그나마 그냥 저냥 살고 있다. 하지만 갓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많이 죽었다. 마치 열사병에 걸린 것처럼 쓰러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죽어가던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치료 중이다. 이름을 튼튼이라고 지어 주었다. 지금은 잘 놀고 있지만 처음 데려올 때만해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아이였다. 데려 오지 못한 아이들은 요즘 잘 보이지 않는다. 어미가 혼자 다니는 것으로 봐서는 고양이 별로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을 넘기지 못한 새끼 고양이들이 많은 것 같다. 참 슬픈 일이다."
- 집안에도 열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고양이가 워낙 많다 보니 모래가 날린다. 고양이 오줌 냄새는 기본이다(웃음). 사람 사는 집인데 고양이 냄새가 더 많이 난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없는 살림에 고양이까지 돌보다 보니 통장 잔고도 얇아지고 있다(웃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내가 시작 한 일이다.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가 시골이라고 해도 생태계가 다 파괴되어 먹이를 구하기가 어렵다. 밥을 주지 않으면 당장 굶어 죽을 처지에 있는 고양이들도 많다. 야생성을 잃은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길고양이들의 생존 확률은 25%라고 한다. 로드킬을 당하는 고양이도 많다. 적어도 내가 밥을 주는 아이들만큼은 살아 있는 동안 배고프지 않고 잘 놀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배곯지 않고, 아프지 않고, 잘 살다가 고양이 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양이의 터전 파괴한 인간, 책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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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은희씨가 지난 4월 구조한 길고양이들의 모습이다. 발견되었을 당시의 모습인데, 목에 상처가 나 치료를 받았던 아이는 고양이 별로 떠났다. 남은 두마리의 고양이는 무럭 무럭 잘 자라고 있다. ⓒ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