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뽀로로 ^^
이정우
알고 보니 도마뱀은 보기엔 비호감처럼 생겼지만 성격이 온순해 애완동물로 많이 키우고 있고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도마뱀이 나오는 숙소는 오히려 깨끗한 곳을 뜻하기도. 여행 내내 팔과 다리가 가려웠지만 우리 가족 어디 물린 데 하나 없이 무사히 복귀한 사실을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 것도 같았다.
사실 우리가 도마뱀의 등장에 치를 떨며 무서워했던 건 도마뱀 그 자체가 무서웠다기보다 오랜 도시환경 속에서 오로지 인간과 개,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 외엔 접할 수 없었던 자연생태계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에서 나온 반응 아니었을까?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물론 도마뱀 같은 건 없었지만) 우리가 살던 집 대부분은 온갖 벌레와 해충들로 바글바글 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쥐를 잡자'라는 포스터까지 내걸 정도였으니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 구호다. 중년의 나이쯤 된 사람이라면 어릴 적 부엌이나 방안, 화장실에서 그런 벌레나 해충들과 마주했던 추억이 한두 가지쯤 있을 것이다.
생활수준이 점차 향상되면서 깨끗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아파트가 등장했고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들어진 수많은 건물이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면서 이젠 조금이라도 더럽거나 지저분한 게 보이면 참지 못하고 무조건 제거해야 하거나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치부해 버리는 세상이 돼버렸다.(그렇다고 해충이나 벌레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병균을 옮기는 벌레는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 조차 흙이나 모래가 아닌 시멘트 바닥이나 인공 매트 위에서 뛰어놀아야 마음이 놓이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균실 같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것일까?
숙소 안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우리는 작은 도마뱀에게 미안했다. 그저 인간들로만 꽉 차있는 도시 안에서 만물의 영장 행세나 하며 잘난 줄만 알았지 세상과 자연에 무지했던 우리는 그 작은 도마뱀 앞에 순간 머쓱했다. 이렇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자연 앞에 무한히 겸손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나저나 그날 뽀로로 스티커라도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당시로선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이는 스티커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는 사실. 들통나기 전 얼른 사둬야겠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만약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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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리조트에서 기겁... 뽀로로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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