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요즘에는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나 위기감을 느낀다." 여의도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한 대기업 직원은 "요즘 동네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집값이 이렇게 오른다면 전셋값은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다"며 "마냥 월급만 모아서는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 직원마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7~8월 용산과 여의도의 아파트 상승세는 무서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0일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을 발표한 직후 1억 이상 오른 아파트들도 부지기수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은 7월 이전만 해도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6월 15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3%, 29일은 0.02%였고, 7월 6일에도 0.02%를 기록했다.
그런데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영등포구 매매가 상승률은 7월 20일 0.13% 상승했고, 잠시 주춤하다가 8월 17일 0.15%, 8월 24일에는 무려 0.29% 급등한다.
박원순 계획 발표 이후 두 달, 들썩였던 여의도와 용산영등포구에서 수정아파트와 삼부아파트 등 재건축 예정 단지들이 밀집한 여의도동으로 좁혀보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부동산 114 집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6월 29일 기준 매매가격은 3.3㎡당 3086만 원이었다. 그런데 8월 24일 기준 매매가격은 3.3㎡당 3233만 원으로 올랐다. 두 달만에 무려 4.76%라는 기록적인 매매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16년 서울 아파트 1년 상승률인 4.22%보다도 높은 수치다.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 흐름도 박원순 시장의 발언 전후로 나뉜다. 용산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6월 29일 0.03%, 7월 6일에는 0.0%였다. 박원순 시장의 개발 계획 발언 이후 상승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매매가 상승률은 7월 20일 0.05%에서 27일 0.16%, 8월 24일에는 0.44%를 기록했다.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용산구 이촌동의 경우 지난 24일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3706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9일 3.3㎡당 평균 매매가인 3599만 원보다 207만 원 올랐다.
용산 재건축단지별로 살펴보면, 박 시장의 발언 전후로 최대 1억6000만 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코오롱 아파트 84㎡형은 지난 6월 23일 13억 원에 거래가 됐다. 그런데 8월 18일에는 14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1억6500만 원이 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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