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의 설문조사 결과.
윤근혁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학급 밴드, 클래스팅, 단체 카카오톡방 등과 같은 SNS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설문을 벌였다. 참여자 가운데 54.8%가 저출산위의 직접 정책 대상인 초등 1~4학년 학생이었다.
'초등 1~4학년 학생들이 매일 6교시를 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싫다'는 의견 비율이 78.3%로 더 커졌다. '좋다'와 '잘 모르겠다'는 각각 10.5%와 11.2%였다.
초등학생들은 주관식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항목에서 다음처럼 쓴 소리를 적었다.
"어른들은 조금 이기적인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니는 건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의견도 들었으면 합니다."
"짜증이 난다. 왜 우릴 학교라는 감옥에 가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른들이 학교 안 다니면 가만히 있으세요. 이렇게 되면 학원시간만 더 늦춰져서 깜깜한 밤에 집에 가야 해요."
"학교가 좋기는 하지만 모두 오래있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학교는 쉬는 시간도 답답합니다." '치사하다'고 적은 반 학생의 담임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는 "저출산위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15시 하교정책을 펴기 전에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저출산위의 15시 하교 의무화 방안은 결국 돈을 쓰지 않고 학교에 돌봄 기능까지 떠안기려는 '치사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28일 포럼 여는 저출산위, '더 놀이 학교' 방안 공개
한편, 저출산위는 오는 28일 오후 저출산고령화포럼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고 '초등학교 1~4학년의 하교시간 15시 일원화 방안' 추진내용을 공식 발표한다. 이 위원회가 내놓은 명칭은 '더 놀이 학교' 방안이다.
저출산위는 올해 10월 이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고 당장 내년부터 2023년까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교육부에 2022 개정교육과정에 이 내용을 포함토록 할 계획이지만 교육부는 "동의한 적 없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관련기사:
교육부 "'초등생 3시 하교' 교육과정 개정? 동의한 적 없다" http://omn.kr/s7px).
그런데도 이 위원회는 2017년 출생자가 1학년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전국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하교 연장 방안' 내용을 보면 학교 운영시간을 오후 3시로 맞추기 위해 1~4학년 학교 운영시간을 1~2시간씩 일제히 늘린다. 교과 학습량은 현재와 같게 하고 늘어난 시간은 놀이활동 위주로 학교 재량에 맡긴다. 저출산위에서 만든 자료를 입수해 직접 살펴본 결과다.
그러면서 이 위원회는 학교시간 연장 모델로 '강원도 모형'을 제1안으로 앞세울 예정이다. 올해 4월부터 강원도교육청이 4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놀이밥 모형'을 전국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모형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연장해 놀이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강원도 '놀이밥' 사례 내놨지만...교육청 "15시 의무화 우리도 없어"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의 '놀이밥 모형' 담당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저출산위에서 제시한 15시까지 하교 연장을 의무적으로 하는 학교는 우리 지역에서 단 한 군데도 없다"면서 "15시 하교 의무화 방안은 놀이밥 모형과는 직접 관련이 없고 당연히 학생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놀이밥 시범학교 시행 5개월째인 강원도교육청은 현재 학부모, 학생, 교사 대상 만족도 조사도 벌이지 못한 상태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위가 우리 교육청의 '놀이밥' 사례를 거론하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